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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진상 부린다"…대학가 술집 '노 교수존' 반격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부산 XX대 인근 한 카페 겸 술집 앞에 붙어있다는 안내문. 사진 업주

부산 XX대 인근 한 카페 겸 술집 앞에 붙어있다는 안내문. 사진 업주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른 손님들의 편안한 이용을 위해 XX대학교 정규직 교수님들은 출입을 삼가길 바랍니다.”

최근 부산 금정구의 한 대학 근처 카페 출입구에 붙은 안내문이다. “혹시 입장한다면 절대 스스로, 큰소리로 신분을 밝히지 않길 부탁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다. 이런 내용은 지난 2일 한 네티즌이 “제자들이랑 학교 앞 술집 들어갔다가 ‘노 프로페서(교수) 존’인 것을 알게 됐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8일 오후 기준 트위터에서만 1만6000여회 이상 리트윗(공유)이 이뤄졌다.

노키즈존 이어 이번엔 ‘노 교수존’? 

노 키즈 존 이미지. 사진 JTBC 방송 캡처

노 키즈 존 이미지. 사진 JTBC 방송 캡처

특정 대상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No) ○○존’의 범위가 최근 점차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아이들의 입장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이나 유튜브 촬영을 막는 ‘노 튜브 존’이 대표적이었다면 ‘노 중년 존’도 새로 등장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캠핑장은 최근 마흔 살 넘는 손님은 사실상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캠핑장 측은 공지사항을 통해 “고성방가·과음을 사전 차단하자는 차원”이라며 “2030 여성·커플 취향에 맞춘 캠핑장 콘셉트도 중년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 ○○존’을 선언하는 업주들은 “이들이 종종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등 영업을 방해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노 교수 존’을 만든 업주 A씨는 “만취해서 호통하거나 반말하는 등 무례하게 행동하는 교수가 많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하니 “그게 뭔 소리야. 나 XX대 교수인데!”라며 호통치던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선호하는 고객층이 있고 이들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교수라는 특정 직업군을 차별하거나 혐오하는 게 아니라 ‘내가 교수다’라고 내세우는 등 무례함에 대한 혐오라고 받아들여 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가게는 “일부의 잘못된 행태를 일반화해 교수 이미지를 실추하지 말라”는 교수협의회 측의 연락에 따라 안내문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차별과 혐오의 시대” vs “꼰대에 대한 반기”

예스(YES) or 노(NO)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예스(YES) or 노(NO)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노 ○○존’의 대상이 확대되는 양상을 띠면서 한때 인터넷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 중년존’ 관련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리기도 했는데, “차별과 혐오의 시대가 됐다” “우리는 모두 아이였고 전부 늙는데 나이가 기준이 돼선 안 된다” 등의 반대 의견이 많았다. 반면 “업주가 오죽하면 그랬겠나”처럼 업주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노 중년 존’ ‘노 교수 존’을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 심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 키즈 존으로 아이를 차별하던 사람들이 차별 대상이 된 것이다” “꼰대 문화에 대한 반기” “권력자를 배제하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 교수 존’은 기득권에 대한 반격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에 관용의 자세가 줄어서 약자나 소수자를 배제하려는 ‘노 ○○존’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노 교수 존’은 결이 다른 것 같다. ‘노 키즈’나 ‘노 중년’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으려는 심리가 있다면, ‘노 교수’는 기득권의 눈치를 보기 싫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고객이어서 그런 결정을 했을거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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