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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3개월 후도 예측하기 힘든 세상에서 경제 생활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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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3개월 앞의 세상을 누가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경기가 나아질까? 주가는 어떻게 될까? 집값은 내려갈까?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경제 예측이 쉽지 않다. 코로나 상황은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다시 오리무중이다. 많은 국가가 국경을 다시 봉쇄했다. 공급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세계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 코로나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계속 늘고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소비가 타격을 받고 세계 경기 둔화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면 경제 회복이 쉽지 않다. 정치적으로도 불확실성이 크다. 대통령 선거가 정확히 3개월 후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선거 결과와 이후 정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

초불확실 시대에 경제 예측 어려워
경제 전문가도 미래 잘 모르는데
사이비 전문가의 거짓 정보 넘쳐
개인의 비판적 사고, 위험관리 중요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77년 발간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당시를 과거와는 달리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고 사회를 주도하는 원리도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시대로 규정했다.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버클리대학 교수는 2017년의 기고문에서 우리는 ‘초불확실성(hyper-uncertainty)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했다. 당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브렉시트, 중국의 부상 등으로 국제 지배질서가 붕괴하면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대라고 했다. 4년이 지난 현재의 세계 정치경제 상황은 더욱 불확실하다. 미·중 간 대립은 격화되고 국제 통상, 기후 위기, 비핵화 등 전 세계적 문제를 해결할 국가 간 협력체계는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100년 만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유례없는 규모로 유동성과 정부 부채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정상화될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예측이 쉽지 않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선진국에서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을 예정보다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1년 만에 최고치이다.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래 예측은 경제전문가도 쉽지 않다. 사실 경제학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갤브레이스는 “경제 예측의 유일한 기능은 점성술을 존경스러워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의 예측 능력이 별을 보고 운명을 점치는 점성술사보다도 못하다는 뜻이다. 경제를 예측하는 데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접근 방식이 있다. 하나는 경제이론에 기초하여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모형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비합리적,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경제 주체의 행동을 정확하게 모형화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다른 예측 방식은 과거에 경제가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수백 개의 경제 변수 간의 인과 관계를 분석하여 미래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중앙은행이나 국제기구 등의 경제 기관은 두 가지 방식을 합쳐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다. 그러나 코로나 변이처럼 전혀 예견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 예측은 매우 어려워진다. 미리 알지만, 정확히 얼마의 확률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변화도 자주 발생한다.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유튜브에서 온갖 정보가 쏟아진다. 많은 곳에서 경제를 해설하고 투자 정보를 알려준다. 사람들은 인기 방송인들의 독특한 경력에 넘어가고 말재주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앞날을 내다보는 것처럼 말하는 ‘경제 전문가’에게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사이비(似而非)’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 사이비다. 공자(孔子)는 “실상을 헷갈리게 하기 때문에 사이비를 미워한다”라고 했다. 말재주와 겉치레만 번듯한 사람들이 신의 있는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가 많아지면 진짜 뉴스도 믿기 힘들다.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지옥’에서는 신의 계시를 해석하는 사이비 종교단체가 등장한다.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불확실하고 거짓 정보가 넘치는 이 시대에 온전한 경제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정보의 진원지가 믿을 만한지 확인하고 가짜 뉴스에 속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꾸준히 옳은 지식을 쌓고 비판적인 사고능력을 키워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경제 변동이 심한 시기에는 더욱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낙관과 비관, 다양한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믿고 싶은 정보만 골라서 듣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위험하다. 상황을 제대로 판단해야 하며 과도한 자신감은 억누르는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클 때는 위험관리에 힘써야 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살아남아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정치, 경제, 국제환경 어느 하나 불확실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3개월 후에는 반드시 봄이 온다. 그때 어려움 속에 경제를 꾸려가는 모든 국민에게 확실히 좋은 일로 가득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