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혜리의 시선

딱 걸렸네, 코로나 대국민 사기극

중앙일보

입력 2021.12.09 00:36

업데이트 2021.12.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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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안혜리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지난 10월 가까운 종로보건소 대신 국립중앙의료원(NMC)을 찾아 코로나 부스터샷을 맞았다. 왼쪽 흰 가운이 정기현 원장.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지난 10월 가까운 종로보건소 대신 국립중앙의료원(NMC)을 찾아 코로나 부스터샷을 맞았다. 왼쪽 흰 가운이 정기현 원장. [사진 청와대]

한마디로 미스터리다. 보건복지부는 왜 산하 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NMC)을 마치 무슨 '코로나 19 치외법권'이나 되는 것처럼 건드리지 못하고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걸까. 코로나 중환자 수가 치솟으며 전국이 병상 대란으로 아우성인데 중앙감염병병원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모든 코로나 환자의 병상 배정을 총괄하는 NMC는 병상을 추가로 내놓기는커녕 한가하게 피부미용 시술까지 계속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총 603병상인 NMC는 지난해 10월 주차장 자리에 신축한 30개의 중환자 병상과 올 초 경증 환자를 위해 인근 미 공병단 부지에 마련한 65개 격리병상, 기존의 16개 음압 병상 외엔 코로나 환자에 병상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복지부가 '빅5' 등 다른 민간 병원 쥐어짜듯 "병상 내놓으라"고 진작에 다그쳤을 거 같지만 어찌 된 일인지 복지부는 NMC엔 단 한 번도 추가로 병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병상 부족 사태를 넘기기 위해 감염병 전문가들이 줄곧 요구해온 "NMC 전체 소개(疏開)"에 귀를 막고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니 미스터리라는 말이 나온다.
NMC를 전부 비워 병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상식에 가깝다. 감염병은 원래 독립 공간에서 치료하는 게 효율적인 만큼 병원을 전부 털어 대응해야 한다면 세금으로 돌아가는 공공의료기관이 그 역할을 맡는 게 당연해서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실제로 그렇게 했던 경험이 있을뿐더러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번지던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코로나 대응체계 점검 회의를 했을 때 정부도 그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박능후 당시 복지부 장관은 “NMC 등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공공·민간 의료기관을 전부 소개해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병상을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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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고 보니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는 NMC 소개를 통한 병상 확보 같은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았고, 병상 추가 요구를 할 계획도 없다는 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대신 NMC가 져야 할 짐은 병상 동원 행정명령이라는 강제조치를 통해 오히려 민간에 지우고 있다. 딱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그린 그림대로다. 정 원장은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병상 부족을 호소하며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에 동원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제사 돌이켜보니 정작 국립인 본인 병원은 쏙 빼놓고 민간 희생만 강요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월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정기현 원장과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월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정기현 원장과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

앞서 복지부의 비상식적 대응을 '미스터리'로 표현했지만 사실 의료계에선 NMC가 이처럼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배경으로 정 원장에 주목한다. 한마디로 '대통령 측근'이라는 요술 방망이가 작동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병상 배치는 전적으로 중수본(복지부)에 있고 일선 병원은 중수본이 받으라면 받고 내보내라면 내보낼 뿐인데 병상 대란에 중수본이 NMC 병상을 그대로 두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원장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 상황은 사뭇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 외곽조직 출신인 지방 중소병원장의 깜짝 발탁이라 취임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다. 코로나 시국을 이어오며 대통령 측근으로서의 존재감은 취임 초보다 더욱 커졌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지난해 1월 본인 SNS에 콕 집어 "국립중앙의료원장에 전화해 격려 말씀을 드렸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후 코로나 점검을 내세워 지난해 두 번이나 NMC를 직접 방문해 정 원장과 얼굴을 맞댔다. 심지어 올 10월 코로나 백신 부스터 샷을 접종할 땐 인근 보건소 등을 놔두고 굳이 NMC를 찾아 정 원장을 '또' 만났다.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전임 정세균 총리에 이어 김부겸 총리도 지난달 15일 NMC를 방문해 정 원장과 얼굴을 맞댄 채 "밤낮없이 수도권 의료 대응의 핵심 역할을 해주는 NMC에 감사한다"며 격려 인사를 했다. 모듈형 음압 병상 준공식 같은 행사엔 복지부 차관이 참석해 "감염병 대응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다. 대통령과 총리 등이 수시로 나서서 NMC가 코로나 컨트롤타워라는 본분에 걸맞게 이미 병상을 전부 비웠거나 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코로나 진료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열심히 거짓 홍보를 해준 거나 마찬가지다.
이쯤되면 방역당국의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 심각한 병상 문제도 이런 식이라면 정부가 과연 다른 방역 이슈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 것인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권 쥔 복지부, 민간만 쥐어짜
병상 대란 불구 NMC 안 건드려
"대통령 측근이라 눈치 보나"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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