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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역 강화해 의료체계 붕괴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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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 때문에 방역 강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리두기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9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 때문에 방역 강화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리두기 강화가 시급해 보인다.[청와대사진기자단]

생활치료센터 확대, 거리두기 강화 불가피  

통제 못할 파국 오기 전에 정부 결단하길

코로나19 상황이 위태롭고 급박하다. 확진자는 불과 하루 만에 5000명 선에서 처음으로 7000명 선을 돌파했고, 누적 사망자도 4000명을 넘었다. 그런데도 최근의 확산 기세를 통제할 정부의 결정적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시간을 흘려보내고 좌고우면하다간 걷잡을 수 없는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중이지만 최근의 상황 악화를 오미크론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11월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으로 진입하면서 정부의 사전 대비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책임이 더 크다. 실제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위드 코로나로 가면 하루 확진자가 5000명 이상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하루 1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대비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행동이 말을 따라가지 못했다.

사실 하루 확진자가 4000명 수준으로 나올 때부터 중증 환자 전담 병상의 대응 능력에 빨간불이 켜졌을 정도로 정부는 충분한 병상을 확보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29일 정부는 “모든 신규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는 대책을 무책임하게 발표했다. 이 때문에 가족 집단감염 위험을 키웠다. 재택치료자는 이미 1만7000명을 넘어 2만 명 선으로 치닫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를 더 늘리지 않고 재택치료를 강요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할 수 있는 비상 대책은 거리두기 강화다. 필요하면 영업시간과 사적 모임 제한을 다시 강화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부 내부의 셈법이 복잡하니 몇 번의 기회를 허비하고 어정쩡한 대책에 그쳤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정부 내부의 혼선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은 아닌지 설명이 필요하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을 곁에 둔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런 가이드라인 때문인지 정은경 청장의 방역 강화 목소리가 묻혔고, 결국 지금의 7000명 비상사태를 초래했다.

사망자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일본은 최근 사망자가 제로 수준인데, 우리는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4주간 0.96%까지 치솟은 평균 치명률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백신을 일찍 맞아 돌파감염에 노출된 60대 이상 고령층에 대한 추가접종(부스터 샷)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백신 부작용 피해자에 대한 파격적 보상 조치를 발표해서라도 백신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백신 기피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면 일상회복은 물 건너갈 수 있다. 의료체계가 붕괴하는 파국을 피하려면 지금 대통령부터 결단해야 한다. 대선 일정 등 정치적 고려를 뒤로 하고 과학을 다루는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