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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주택대출 증가액 반토막, 대출한파 더 거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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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꺾였다.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대출 증가액은 월간 기준으로 2018년 2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3조원 증가했다. 지난 10월(5조2000억원)이나 지난해 11월(13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 특히 지난달 주택대출 증가액(2조4000억원)은 지난 10월(4조7000억원)의 절반 정도였다. 월간 주택대출 증가액이 3조원 아래에 머문 건 2019년 5월(2조9000억원)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 대출금리 인상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가계대출 증가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을 5조9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지난 10월(6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약간 축소했다. 지난해 11월보다는 7.7% 증가했다.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7월(10%)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9000억원이었다. 특히 지역농·수협과 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2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상호금융회사의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내년 초에도 금융권의 가계대출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로 제시했다. 올해(6.99%)보다 1%포인트 넘게 낮아졌다. 올해는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내년에는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더욱 확대한다. 내년 1월부터는 가계대출 총액이 2억원을 초과할 때, 내년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할 때 DSR 규제를 적용한다. 대출 원금과 이자의 연간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당초 예정했던 일정보다 1년가량 앞당겼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내년 이후 대출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DSR 규제를 적용하는 시기를 앞당기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상당 부분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 규제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가계대출) 총량 규제 목표를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을 심사할 때 DSR 규제를 충실히 따른다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할 때 인센티브를 주고 정책자금대출 등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사람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한 달 전과 비교해 9조1000억원 늘었다. 지난 10월(10조3000억원)에 이어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매년 11월을 기준으로 월간 기업대출 증가액을 보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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