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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고의 충돌 의혹, 증거 불충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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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심석희(오른쪽)와 최민정이 충돌하는 장면. [연합뉴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심석희(오른쪽)와 최민정이 충돌하는 장면. [연합뉴스]

심석희(24·서울시청)가 쇼트트랙 대표팀 동료 최민정(23·성남시청)을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조사위원회는 8일 서울시 송파구 벨로드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2차 조사단 회의를 열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양부남 연맹 부회장 겸 조사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을 손으로 미는 영상을 확인했다. 자기 보호 차원에서 한 행동일 가능성이 있어 고의 충돌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심석희는 2018년 2월 22일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과 함께 넘어졌다.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됐고, 최민정은 4위로 밀려 두 선수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양 위원장은 또 “심석희가 고의 충돌을 부정했다. 평창 올림픽 당시 라커룸을 불법 도청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2016년 월드컵 대회와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제기된 승부 조작도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심석희가 평창올림픽 당시 한 코치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이 내용에는 최민정을 험담하고 경기에서 고의로 밀어 넘어뜨린 의혹이 있다. 이 문자메시지는 성폭행 혐의로 수감 중인 조재범(40)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가 심석희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에서 확보해 연맹·언론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심석희는 “올림픽 경기 때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처럼 (문자메시지에) 서술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민정은 “심석희와 코치 사이에서 오간 대화와 똑같은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고, 서로 칭찬하고 기뻐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의도적으로 위해를 가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맞섰다.

지난 10월 연맹은 부산고검장을 역임한 양부남 연맹 부회장 겸 조사위원장을 비롯해 선수 출신, 심판, 변호사 등 각계에서 선임한 7명 전문가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심석희·조재범 전 코치 등을 대면 조사하고 고의 충돌 의혹이 있는 경기 영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의 충돌로 볼 만한 확증을 찾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심석희가 문자메시지로 최민정, 김아랑(26·고양시청) 등 팀 동료를 험담한 사실은 확인됐다. 이는 심석희도 지난 10월 인정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특히 충격을 받았을 김아랑 선수와 최민정 선수, 그리고 코치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연맹은 이달 중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심석희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거 부족이라는 결론이 나온 고의 충돌 의혹은 징계 대상에서 빠진다. 문자메시지로 코치와 동료를 험담한 건으로 징계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공정위원회 징계 내용에 따라 심석희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여부도 결정된다. 올림픽을 50여일 앞둔 상황이라 연맹은 공정위원회를 되도록 빨리 열 예정이다. 만약 심석희가 연맹 공정위원회 징계에 불복한다면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제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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