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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북정책 현실주의적” “윤석열, 제재하며 경제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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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야 유력 대선후보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가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맞붙었다.

양측은 최종현학술원(이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연 ‘제1회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 화상으로 참석해 두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 실용외교위원장을 맡은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 글로벌비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참석했다.

“이 후보, 인센티브와 불이익 함께 동원”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

위 전 대사는 “이재명 후보의 대북정책은 이념 주도적이고 유화적이라는 추정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후보는 대북정책에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위 전 대사는 “북한과의 협상 및 관여는 유연한 방식으로 진행하겠지만, 북한의 약속 위반이나 잘못에 대해서는 정정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뿐 아니라 인센티브와 불이익(disincentive), 제재와 압박 같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해법과 관련, “조각을 내 단계별로 실행할 경우 그 조각을 최대한 크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큰 덩어리에 합의해 북한이 합의로부터 벗어나려 할 때 두 번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를 다루는 전통적 관행은 단계적 접근법을 사용하고 초기 단계에 더 쉬운 문제에 합의하는 것이었지만, 쉽게 이뤄진 합의는 쉽게 깨질 수 있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첫 합의 덩어리에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와 비핵화·안보·평화 같이 보다 중대한 문제를 혼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전 대사는 이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 과정을 미국·일본과 매우 긴밀하게 협의하고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윤 후보는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소위 빅딜과 스몰딜 중 하나를 선택하는 입장은 아니다”고 소개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30년간 쉬운 단계를 앞쪽에 배치한 것으로는 지속 가능한 결과를 도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단계적 접근은 피할 수 없으며, 북한이 1단계부터 어려운 단계를 밟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진전을 이룰 때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를 유지하고, 대신 경제 지원과 남북 경제개발계획 등 인센티브 패키지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이 원하면 판문점이나 워싱턴에 남·북·미 3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도 인센티브의 하나로 꼽았다.

이 후보 측이 지지하는 ‘스냅백’(합의 불이행 시 제재 복원) 형식의 제재 완화는 현재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 관계를 고려할 때 제재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특히 김 전 차관은 한·미 동맹은 한국 외교정책의 중심축이며, 양국 간 확장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에 대한 한국의 참여 강화 차원에서 전략핵 시스템 배치와 관련해 한·미 회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미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무엇을 더 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을 관여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한국과) 함께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캠벨 “종전선언, 오늘은 논의 않겠다” 

캠벨 조정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 대화는 매우 강력하다”면서 “평양에 대한 접촉(outreach)에 대해 계속 일심동체(joined at the hip)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종전선언을) 제안할 것인가’라는 질문엔 “오늘은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포럼 후 특파원들과 만나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더 큰 리스크는 기후변화”라며 “지정학적 문제는 사람이 만든 것이니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변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국가는 물론 기업에도 큰 리스크”라면서 “기업과 국가, 국가끼리, 기업끼리 합치되는 솔루션을 새로 만들지 않으면 이런 변화를 전부 감당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전·현직 관료와 세계적인 석학들이 대거 참석했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스테이플턴 로이 전 주중대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활발한 토론을 했다.

최 회장은 “이런 포럼이 바로 해법으로 연결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서로 무엇이 다른지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라며 “갈등이 줄어들게 하는 작용 자체가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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