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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청와대 “검토 안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청와대는 8일 “우리 정부는 현재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서 한국이 참석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9~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해 화상으로 진행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참석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권위주의에 대한 방어, 부패 척결, 인권 존중 증진이란 3대 의제 아래 100여 개국이 참여하는 회의”라며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 선도 국가인 우리나라가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기본적으로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올림픽 보이콧 검토 안한다는 청와대 “그렇다고 참석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우리 민주주의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사회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기여 의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선을 그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에는 응한 건 미·중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정부의 어려운 입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명시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한 결과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대급부로 ‘가치외교 동참’을 요구해 공동성명에 “인권과 법치 증진의 의지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은 한·미 간 민주주의·거버넌스 협의체(DGC)를 구축하기로 했다. 가치외교를 매개로 한·미 양국이 중국 압박에 활용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축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이 가치외교 동참이라는 약속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 당시 ‘북핵 협력’이라는 현금을 받고 끊어준 ‘대중 견제’ 어음의 만기가 도래한 셈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여부를 한·중 관계의 척도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는 보이콧과 관련해 “동맹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주·뉴질랜드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고 일본·영국·캐나다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과 우방국들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청와대의 입장은 중국의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평론을 요구받고 “높이 평가한다”며 “한국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국이자 2024년 강원도 청소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할 것이다. 중·한 양국은 줄곧 상대국이 개최하는 올림픽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상호 지지는) 양국 우호협력 관계와 올림픽 한 가족다운 풍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만약 한국이 한·미 동맹을 고려해 외교적 보이콧을 결단할 경우 제2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로 번질 수 있다.

한편 대만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데 이어 영국으로 망명한 홍콩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 등이 초청된 게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7일 전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대만은 권위주의에 맞서고 부패와 싸우며 국내외에서 인권 존중을 증진한다는 정상회의의 목표를 향해 의미 있는 헌신을 할 것”이라며 “그것이 대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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