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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전셋값 127주 연속 올랐는데…'임대차3법' 효과 있다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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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시내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부동산 매물 안내문. 연합뉴스

"'임대차 신고제'를 통해 갱신요구권 행사 등 임차인의 주거안정이 확인되고 있다."

'왜곡되는 전세 시장…가격표 3개가 돌아다닌다'는 중앙일보 보도〈12월 6일〉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지난 7일 내놓은 자료다. 국토부가 공개한 임대차 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국토부가 "문제없다"며 반박한 것이다. 정부는 임대차 3법 비판에 대해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임대차 신고제가 도입된 지난 6월 이후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계약이 정부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고, 계약의 형태에 따라 세 가지 전셋값이 공존하는 '삼중가격' 현상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세를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토부는 우선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갱신청구권 미행사 계약 등에 따라 계단식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삼중가격' 현상에 대해 "금리, 매물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일률적으로 확대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을 도입하기 전에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호 협상력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전셋값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였다" 며 "이번에 계약갱신청구권과 5% 상한제 도입으로 계약 유형이 더 세분되면서 가격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약의 형태에 따라 가격이 나뉜 것을 인정하면서도 가격 차이는 과거에도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삼중가격 현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송파구 헬리오시티 삼중가격 현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5132가구)의 사례를 보자. 2년 전인 2019년 6월~10월 해당 면적 전세 보증금은 7억~9억2000만원(3억원 계약 2건은 제외)이었다. 전세 보증금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는 2억2000만원이었다. 올해 같은 기간을 비교해보니 가격대는 6억8000만~13억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보증금 9억원 이하의 77.8%(14/18건)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한 계약이었다. 9억~11억원 구간의 71.4%(5/7건)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갱신 계약이었으며, 11억~13억원 구간 97.7%(43/44건)는 신규 계약이었다. 전세 보증금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는 6억원이 넘는다. 임대차 거래가 빈번한 서울 도심의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했다.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윤모씨는 최근 "갱신청구권을 쓰면 내가 거주하겠다"는 집주인의 엄포에 못 이겨 2년 전보다 20%가량 오른 가격에 재계약했다. 그는 "(재계약 과정에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례는 주변에 흔하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도입한 임대차 3법이 되려 계약 만료를 앞둔 임차인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집주인의 거주 여부에 따라 수억 원을 더 주고 같은 단지의 새 전셋집을 알아보거나 전셋값이 더 저렴한 곳으로 이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도 못하고 시세의 70~80% 수준에서 재계약하는, 편법에 가까운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이런 갱신청구권 미행사 계약은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만 405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388건(33.0%)은 5% 이하로 보증금을 올렸지만, 평균적으로는 보증금을 18.8% 올려받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계절적 요인 등으로 상승 폭이 다소 주춤하지만 2019년 7월 이후 127주 동안 쉬지 않고 오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와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일제히 내년에도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부작용만 낳고 있다. 갱신청구권이 소멸하는 내년 8월 이후부터 4년 치 전세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리려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갱신청구권을 재산권 침해로 여기는 집주인이 많은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도 커진 탓이다.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난과 삼중가격 등 시장 왜곡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올해 연말까지 전셋값 이중구조를 해소할 대책에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지난달에도 추가적인 전세대책의 필요성을 한 번 더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연말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국토부에 연내 추가 전세대책에 관해 묻자 "기재부에 확인해 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임대차3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세입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부는 모르는 걸까. 정말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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