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로 간 소록도서 27년째 한센인 돌본 치과의사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18:19

“여기보다 더 나은 생활은 없습니다.”
오동찬(53·사진)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의사)은 “왜 도시에 나가 개업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한다. 오 부장은 “마음을 터놓고 의사를 신뢰하는 환자들을 가진 의사보다 행복한 의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의). 대우재단 제공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의). 대우재단 제공

오 부장은 1995년 공중보건의로 국립소록도병원에 간 뒤 27년째 한센인과 동고동락했다. 소록도에 있으면서 산부인과를 빼고 웬만한 치료는 도맡아 했다. 급할 땐 환자를 직접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백방으로 도왔다. 월급과 대학 강의료를 한센인 치료에 기꺼이 썼다. 안면 기형을 가진 이들의 안면 성형 재건 수술과 의치·보철 시술 등을 지원했다. 아랫입술 재건 수술법을 개발해 500여 명을 치료했다.

대우재단, '김우중 의료인상' 포상

진료 후엔 매일 환자가 사는 곳을 돌아다니는 게 그의 일과다. 손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빨래와 청소를 하고 무거운 짐을 옮겨준다. 오 부장은 “한센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치료가 아닌 치유”라고 말한다. 아내는 소록도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소록도엔 한때 1000명 넘은 한센인들이 있었지만 이제 절반도 남지 않았다. 평균 나이는 76세, 이들 곁에 더 머물고 싶다는 오 부장에 “소록도를 떠나지 말자”며 두 딸이 지지한다.

대우재단은 고(故) 김우중 회장 2주기를 맞아 9일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제1회 김우중 의료인상 시상식’을 열고 오동찬 부장에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했다.

김우중 의료인상은 1978년 대우재단 출범과 함께해온 ‘도서·오지 병(의)원사업’의 맥을 잇고자 올해 제정됐다. 대우재단이 운영해온 완도(노화도)·진도(하조도)·신안(비금도)·무주(설천면) 등 4개 지역 병·의원의 의료인 사기를 진작시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정우남 완도보건의료원 행복의원장(소아과의), 박도순 무주보건의료원 공진보건진료소장(간호사), 허은순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 간호조무사 등도 영예를 안았다.

정우남 원장은 전국 최초 은퇴 의사로 의료취약지역인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도에서 10년 넘게 의술을 펼치고 있다. 노화도 행복의원 1호 의사로 섬 지역 주민 1만명 이상을 진료했다.

박도순 소장은 1989년부터 33년간 무주군을 지킨 간호사다. 기생충질환인 간흡충(간디스토마) 감염의 전국적 퇴치에 앞장섰다. 허은순 간호조무사는 포천병원에서 30년간 재직하며 내원 및 방문 간호와 진료업무 보조는 물론, 포천지역 각종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의). 대우재단 제공

오동찬 국립소록도병원 의료부장(치과의). 대우재단 제공

특별상은 최해관 전 무주 대우병원장(현 무주 연세외과의원장)에, 의료봉사상은 한국여자의사회에 돌아갔다. 최해관 원장은 1978년 무주대우병원장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대우재단 4개 도서·오지 병원장을 두루 역임했다. 지금도 첫 부임지인 무주에서 의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1956년 발족한 사단법인으로 빈민촌 무료진료 봉사, 결식아동 돕기, 조손가정 후원, 해외 의료봉사, 미혼모 가족지원 등의 사업을 벌인 점을 인정받았다.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에게는 3000만원, 특별상과 의료봉사상 수상자 및 단체에는 1000만원의 상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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