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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갤플립은 알고 있었다…삼성 숨겨진 인사 코드 ‘MDE’ [삼성연구]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17:28

업데이트 2021.12.08 22:52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에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 디자인을 접목한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에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 디자인을 접목한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 삼성전자]

직장인 임모(41)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갤럭시Z 폴드3를 열고 ‘기상 모드’부터 누른다. 그러면 어둡게 닫혀 있던 커튼이 자동으로 열리고 집안 곳곳의 전등이 켜진다. TV 화면이 켜진 뒤 날씨 정보를 보여준다. 미리 주문해둔 밀키트를 비스포크 큐커에 넣은 후 스마트폰으로 포장재에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자동으로 조리 값이 설정된다.

임씨의 이런 일상은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인 ‘MDE’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MDE(Multi Device Experience)란 여러 개의 기기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목해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삼성전자 내부의 프로젝트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세트 부문장). [사진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세트 부문장). [사진 삼성전자]

가전·모바일 통합 배경은 ‘MDE’ 전략 강화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는 이 같은 MDE 전략을 확대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소비자가전(CE) 부문과 IT·모바일(IM) 부문을 세트 부문으로 통합했다. 또 CE 부문에서 TV 사업을 총괄하던 한종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세트 부문장을 맡겼다.

한종희 부회장은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2에서 기조연설을 맡는다. 이때 한 부회장이 거론할 핵심 주제 중 하나가 ‘MDE’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합 리더십 체제를 출범함으로써 조직 간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과 고객 경험 중심의 차별화한 제품·서비스 기반을 구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MDE’는 무엇.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MDE’는 무엇.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직 통합과 한 부회장 선임에 대해 삼성전자 내부에선 “기존 대표이사 3인을 모두 교체한 것보다 세트 부문을 통합한 것이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세트 부문 통합은 ‘필연’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한종희 부회장과 이재승·노태문 사장은 수시로 회의를 열고 협업을 이어왔다. 한 부회장(당시 사장)은 영상디스플레이를, 이 사장은 소비자가전, 노 사장은 무선 사업을 담당했다. TV와 가전·스마트폰을 지휘하는 사장 세 사람이 MDE를 실현할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댄 셈이다.

이들이 ‘3인방 회의’를 만든 건 전자기기 간의 연결성과 생태계(에코시스템)가 점차 중요해 지는 상황에서 제품을 아우르는 전략을 구상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해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부문이 나뉘어 각자의 제품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IoT·AI 등 제품을 넘나드는 큰 그림과 전략을 구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마케팅센터나 디자인경영센터 같은 전사 공통 조직에서 마련한 방안이 두 부문에 공통으로 적용되지 않아 제품 간 디자인·마케팅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있었다.

지난달 열린 ‘2021 국제 IoT·가전·로봇박람회’에 참가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앱과 비스포크 가전의 연결성을 강화한 스마트홈을 선보였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달 열린 ‘2021 국제 IoT·가전·로봇박람회’에 참가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앱과 비스포크 가전의 연결성을 강화한 스마트홈을 선보였다. [사진 삼성전자]

3인방 회의 후 팀 삼성, 비스포크 갤플립 나와  

3인방 회의 이후 부문 간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전략이 구체화됐다. 삼성전자에선 지난 9월부터 글로벌 10개국을 대상으로 ‘팀 삼성’ 캠페인이 진행됐다. 삼성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하나의 에코시스템이 돼 고객의 일상에 도움을 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지난 10월 열린 KES 2021(한국전자전)에서도 삼성전자는 ‘팀 삼성 스튜디오’를 꾸미고 가전·TV·스마트폰 등을 4개의 테마로 전시했다.

이런 성과는 실제 제품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은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에 신개념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를 접목한 사례다. 또 스마트폰의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스마트폰을 가전과 TV에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한 번에 네 가지 조리가 동시에 가능한 비스포크 큐커는 큐커 전용 밀키트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조리값이 자동으로 설정된다. 세탁기인 비스포크 그랑데 AI도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가 가능하다. 세탁을 마치면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리고 세탁물을 꺼내 건조기에 넣으면 건조기가 세탁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건조 모드가 설정된다.

또 다른 삼성전자 관계자는 “MDE는 향후 전자 사업의 지속성장과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가 주도하는 디지털 라이프 트렌드를 겨냥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두 조직의 통합으로 모바일과 가전·TV의 UX(사용자 환경)가 통일되면서 삼성전자 UX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락인(잠금)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모바일과 가전·TV를 통합한 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자동차나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단말(기기)로 신사업을 확대해 나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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