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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새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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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응답이 (교회에) 요구된다.”

8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천주교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의 착좌 미사가 거행됐다.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최대 교구에 수도회 출신의 교구장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이 후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에게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넘겨주고 있다.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오른쪽)이 후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에게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을 넘겨주고 있다.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 대주교는 올해 60세다. 김수환 추기경이 파격적인 젊은 나이로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됐을 때가 46세였다. 김 추기경 이후 가장 젊은 교구장이 탄생한 셈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67세, 염수정 추기경은 69세에 교구장이 됐다.

이날 착좌 미사에서 서울대교구 사제들은 신임 교구장에게 순명을 서약했다. 정 대주교는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자비와 은총을 베풀어 주셨으니, 친히 우리를 이끌어주실 겁니다”라고 했고 사제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정 대주교는 “저의 임명 소식에 많은 분이 놀라셨으니라 본다. 저 자신도 많이 놀랐다”고 운을 뗀 뒤 “제가 우리 교구의 신부님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걸 (하느님께서) 장점으로 보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모든 사제가 새로운 도화지 위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 대주교는 염수정 추기경의 업적을 하나씩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4년 방한 당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24위 시복 미사를 거행한 일을 거론하며 “광화문은 형조와 좌포도청, 우포도청이 있던 자리다. 시복 미사를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한 건 교회에 대한 단죄의 역사를 축복의 역사로 바꾼 것”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또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 건립과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교회 행정의 현대화와 교회 재정의 투명화 등을 염 추기경의 업적으로 꼽았다.

정 대주교는 대구에서 출생해 서울대 공과대학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가톨릭대 신학대에 편입학했다. 1986년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했고, 92년에 종신서원을 하고 사제서품을 받았다. 2009년부터 5년간 가르멜 수도회 로마 총본부에서 동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부총장으로 일했다. 덕분에 바티칸 시국와 교황청의 현장 분위기를 잘 안다. 공학도에서 수도자가 됐고, 다시 수도자에서 교구장이 됐다. 정 대주교는 수도회 출신답게 영성적 지향이 굳건하고, 남의 말을 잘 경청한다는 게 교회 안팎의 평이다.

정 대주교는 착좌 미사에서 “누룩이 밀가루 반죽 전체를 부풀리듯이”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자고 했다. 이어서 그는 “자본주의가 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서 대립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며 “이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하느님의 가치 기준에서 바라보며,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모두가 사랑 안에서 참 행복을 누리는 세상으로 변모시켜 나가는 역군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한국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에서 수도회 출신 첫 교구장이 됐다.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한국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에서 수도회 출신 첫 교구장이 됐다. [사진 천주교 서울대교구]

또 수도회 출신답게 정 대주교는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지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뒤 “젊은이들과 동반하는데도 교회가 힘쓰겠다. 우리 교회가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갖고 동반하면서,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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