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에 갇힌 與 선거전…가짜뉴스 바로잡자며 논란만 ‘공유’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16:19

업데이트 2021.12.08 21:22

“작은 체구의 여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학교생활을 모범적으로, 능동적으로 했다. 인성, 학업, 교우관계,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아이였다.”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직에서 물러난 조동연 서경대 교수에 대해 부일외고 교사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A씨는 조 교수를 비난한 이들에게 “너는 조동연에 대해 그리 함부로 말해도 좋을 만한 도덕적인 삶을 살았는가”라고 되물으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나 자신보다 조동연을 훨씬 더 믿는다”고 적었다. 이 글은 민주당 선대위 양태정 법률지원부단장 등이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한때 여권 구석구석으로 퍼졌다.

하지만 A씨가 조 교수의 고교 졸업 7년 뒤 이 학교에 부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글은 큰 논란 거리가 됐다. 자신이 직접 접하지 못한 내용을 마치 본 것처럼 썼기 때문이다. A씨는 언론에 “동료들로부터 들은 사실을 썼다”고 해명했지만, 민주당 관계자 상당수는 뒤늦게 페이스북에서 이 글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삭제했다. 당내에선 “가짜뉴스 바로잡자더니, 이번에도 섣부른 SNS 공유로 쓸데없는 논란만 커졌다”(한 의원실 보좌관)는 한탄이 나왔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 페이스북. 인터넷 캡처

최배근 건국대 교수 페이스북. 인터넷 캡처

이처럼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크고 작은 페이스북 설화(舌禍)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의 경제 책사’로 불리던 최배근 전 선대위 기본사회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조 교수와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사진을 올리며 “차이는?”이라고 적어 논란을 일으켰고, 지난 6일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사퇴 이유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선대위 내부에선 “외모 비교 논란이 불거진 페이스북 글과 무관하겠냐”는 말이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한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줄리 할 시간이 없었다. 근데 ‘주얼리’에 대하여는?”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가짜뉴스다. 단연코 김씨는 유흥주점에서 근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하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에선 “대선 후보였던 추 전 장관까지 나서 근거 없는 인신공격도 잔혹하게 퍼뜨린다. 이런 방식이 사람을 대하는 민주당의 민낯”(최지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앞서 황운하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8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에 대해 “대부분 저학력·빈곤층·고령층”이라고 적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지난달 19일 “실제 조직도는?”이란 글과 함께 ‘천공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과 윤 후보의 반려견 사진을 넣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대변인 수준이 목불인견”(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윤석열 넥타이 영상’은 선대위 내부에서조차 ‘페북 참사’로 불린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후보 ‘야 이 새X야, 그건 차 안에서 챙겼어야지”라는 글과 함께 윤 후보의 음성이 담긴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이후 윤 후보 말한 게 “이 색깔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영상을 공유한 안 의원과 이경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을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페이스북 리스크’가 누적되곤 있지만, 민주당 선대위에선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선대위에선 별도의 SNS 지침이 없는 상태고, 논란이 되는 글에 대해 조심스레 문제를 제기해도 “개인 공간이다”라는 답변이 오기 일쑤라고 한다. 한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얘기로 야당을 조롱하고 깎아내리는 게 대선에 마이너스지만, 개개인의 앞길만 보면 지지층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정치인들에겐 끊을 수 없는 마약”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페이스북 설화’가 누적되면서, 이재명 후보의 반성·쇄신 행보가 빛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후보만 절실하면 뭐하냐. 이런 식이면 야당으로 전락하는 건 한순간”이라며 “탄핵 이후 민주당이 선거에서 연전연승하자 SNS가 정치인 걸로 착각하는 분들이 당에 많아졌는데, 유권자는 ‘좋아요’가 아닌 현장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