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오큘러스 꿈꾸는 AR 글래스 업체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16:17

우리는 증강현실(AR) 업계를 이끌어 가는 개척자가 될 것입니다.

중국 AR 글래스 제조 업체 엔리얼(Nreal)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쉬츠(徐馳)의 말이다.

[사진 Techcrunch]

[사진 Techcrunch]

지난 10월 28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메타(Meta)'로 바꾸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향후 5년간 메타 유니버스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해외 기업은 물론 화웨이,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 굴지의 IT 기업들이 AR, 가상현실(VR),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쉬츠 엔리얼 CEO는 AR 글래스가 앞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해 메타버스 세계의 ‘차세대 단말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쉬츠 CEO에 따르면 엔리얼은 업계 최초로 AR 기기를 일반 안경 크기로 제작한 기업이자, AR 안경을 스마트폰 생태계와 연결한 최초의 기업이다. 또 처음으로 소비자용 AR 글래스의 상용화를 실현한 곳이기도 하다.

[사진 Nreal 공식홈페이지]

[사진 Nreal 공식홈페이지]

엔리얼은 지난 9월 23일 니오 캐피탈(NIO Capital·蔚來資本), 윈펑(雲鋒)펀드, 훙타이(洪泰)펀드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자금 조달에서 1억 달러(1184억 6000만 원) 이상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밖에도 지난 1년 동안 엔리얼은 1억 5000만 달러(1777억 5000만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주요 투자사로는 콰이서우(快手), 화촹(華創)캐피털, 중진(中金)캐피털 등 굴지의 기업들이 포함됐다.

쉬츠 CEO는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중국기업가와의 인터뷰에서 “(엔리얼이) AR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관련 시장, 제품, 법안 등 모든 방면에서 업계를 재정의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엔리얼이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엔리얼은 텐센트나 바이두에 비해 작지만, 내실이 강한 기업이다. 전체 240여 명의 직원 중 70%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AR 글래스 제조 회사인 만큼 기술이 중요해 조달 금액의 대부분을 제품 혁신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7차례의 업그레이드를 거쳐 AR 글래스 무게를 기존 500g에서 88g으로 대폭 줄였다.

다만 쉬츠는 해당 제품 공개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유지했다. 향후 홍보 효과를 위해 현재로서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쉬츠는 지난 7월 경제 전문 매체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5년 이내에 AR 글래스를 상용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R 글래스 한 우물만 파는 엔리얼, ‘엔리얼을 이끄는 수장’ 쉬츠는 누구?

엔리얼(Nreal)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쉬츠(徐馳) [사진 界麵新聞]

엔리얼(Nreal)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쉬츠(徐馳) [사진 界麵新聞]

쉬츠는 저장(浙江)대학에서 학사를 취득한 후 미국 미네소타로 날아가 그곳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이후 엔비디아와 매직리프(Magic Leap)에서 근무하여 AR과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의 실력을 키워왔다. 2016년, 중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듬해 초 엔리얼을 설립한다. 창립 당시 매직리프, 구글 탱고(TANGO, 구글의 AR 소프트웨어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기업 인재를 유치했다.

2016년 말, 쉬츠가 중국에 당도했을 때 VR·AR 산업이 한창 주목받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20억 달러(2조 3680억 원)를 투자해 VR 장비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AR 기업 매직리프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받은 스타트업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매직리프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쉬츠는 업계 최신 트렌드를 접할 수 있었으며 미래 시장성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그는 실제 환경을 볼 수 없는 VR보다 실제 모습과 가상의 객체가 혼합된 AR 기술이 차세대 단말기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와 함께 2021년 즈음 5G가 본격화되면서 AR, VR 시장이 급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 요즘, 그 기반이 되는 AR 서비스 업체 엔리얼에게도 기회가 왔다. 2018년 엔리얼의 AR 글래스 프로토타입을 직접 본 화촹캐피털 관계자는 “AR 글래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샘플까지 만들 수 있는 곳은 엔리얼뿐”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사진 CNBC]

[사진 CNBC]

화촹캐피털 등 굵직한 투자사로부터 거금의 투자를 받아온 엔리얼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MWC는 매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다. 2019년에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2019에서 베스트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이었다.

수많은 해외 언론에서도 엔리얼의 행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목이 마냥 기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여러 해외 언론사는 과연 중국 기업인 엔리얼이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엔리얼은 미국 AR 업체 매직리프로부터 소송을 당한다. 매직리프의 직원이었던 쉬츠가 AR 장치 제조를 위해 회사 기밀인 관련 기술을 훔쳤다는 것이다. 당시 엔리얼 측은 “사실과 전혀 관련 없는 편협한 주장”이라 일축했다.

회사 명예를 위해서라도 엔리얼은 이 소송에 강하게 대응했다.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약 1년간 매직리프와 싸웠다. 결과적으로 엔리얼과 쉬츠는 이 싸움에서 ‘승리’했다.

[사진 新浪財經]

[사진 新浪財經]

이후 엔리얼은 AR 글래스의 중국 시장 상용화에 앞장선다. 해외 운영 채널까지 확보한다. 올해 선보인 AR 글래스 ‘엔리얼 에어(Nreal Air)’는 일본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지난 6월 스마트폰 호환성을 높인 3D 시스템 앱(App) ‘네뷸라(Nebula) 2.0’과 MR(혼합 현실) 글래스 ‘엔리얼 라이트(Nreal Light)’를 출시하기도 하며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엔리얼의 AR 글래스는 디스플레이, 착용감, 무게 등 다양한 방면에서 큰 개선을 이뤘다. 휴대가 간편하게 만들어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는 것이 엔리얼의 목표 중 하나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시장성을 발견해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는 쉬츠와 엔리얼. 이들의 선구안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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