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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지 않으면 죽는다”, 생존을 위한 中 훠궈 체인의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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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최대 훠궈(火鍋) 체인 하이디라오(海底撈)가 연말까지 매장 300곳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디라오와 함께 훠궈 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혔던 샤부샤부(呷哺呷哺) 역시 지난 8월 매장 200곳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조사 업체 아이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과 2019년에 설립된 훠궈 체인의 각각 50%, 30%가 도산했다. 절반에 달하는 기업이 5년을 채 버티지 못했고, 10개 중 3개는 2년도 안 돼 문을 닫았다.

[사진출처=홍찬망]

[사진출처=홍찬망]

잘나가던 중국 훠궈 체인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이들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올 수 있을까?

아이 미디어 리서치는 훠궈 체인의 폐업률이 높은 이유로 무리한 투자와 확장, 브랜드 정체성 결여, 혁신 부족 등을 꼽는다.

실제로 하이디라오는 급속도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제동이 걸렸다. 샤부샤부는 잇따른 가격 인상과 인스턴트 훠궈의 등장으로 자신 있게 내세웠던 ‘저렴한 1인 훠궈’ 슬로건이 타격을 입으며 위기를 맞았다.

중국 훠궈 시장의 현 상황은 다음의 한 단어로 요약된다. 內卷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동질화 추세가 강한 탓에, 중국 훠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상당수의 훠궈 체인이 장기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심한 내부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훠궈 체인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교적 잘 제시하여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바누마오두훠궈(巴奴毛肚火鍋, 이하 바누)’와 ‘탄야쉐(譚鴨血)’이다.

바누마오두훠궈 [사진출처=바이두]

바누마오두훠궈 [사진출처=바이두]

탄야쉐 [사진출처=따종뎬핑]

탄야쉐 [사진출처=따종뎬핑]

하이디라오와 샤부샤부가 맥을 못 추기고 있을 때, 바누와 탄야쉐는 훠궈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바누는 2001년 창립 후, 2009년 정저우에서 하이디라오와 한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준비가 미흡했던 바누는 하이디라오와의 정면 승부에서 처참히 깨졌고, 몇 년 후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다시 돌아왔다.

바누가 제시한 차별화 전략은 무엇?

[사진출처=샤오홍슈]

[사진출처=샤오홍슈]

다시 돌아올 때 바누가 내세운 것은 바로 마오두(毛肚), 천엽이다.

중국 훠궈에는 육류나 채소뿐만 아니라 간훠(幹貨)라고 불리는 마른 식품이 많이 들어간다. 마오두는 본래 간훠는 아니지만, 특성상 보존이 쉽지 않아 햇빛이나 바람에 말려진 간훠 형태로 유통된다.

마오두는 중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식재료지만, 그간 훠궈 체인 입장에서 관리가 쉽지 않았다. 간훠 처리가 잘못되면 안전과 맛에 문제가 생기고, 조리가 잘못되면 식감이 질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누는 ‘파파인(木瓜蛋白酶嫩化, Papain)’이라는 기술을 개발하여 고객들이 더 안전하고 맛있게 훠궈에 마오두를 넣어 먹을 수 있게 했다. 마오두 제조 공정 표준화를 달성한 바누는 이를 자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재기에 성공했다.

바누 창립자 두중병(杜中兵)은 “서비스는 바누의 특색이 아니며, 마오두가 바누의 특색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브랜드 명칭을 기존의 ‘바누훠궈(巴奴火鍋)’에서 ‘바누마오두훠궈(巴奴毛肚火鍋)’로 변경했다. 바누는 2018년 베이징, 2019년 상하이에 상륙하며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마오두와 함께 훠궈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있으니 바로 ‘오리피(鴨血)’이다.

[사진출처=바이두]

[사진출처=바이두]

중국에서는 신선한 ‘오리피’를 가공해 식재료로 만들어 먹는다. 한국의 선지와 비슷한데,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중국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탄야쉐(譚鴨血)는 ‘오리피’를 주력 포인트로 삼아 다른 훠궈 체인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바누와 마찬가지로 브랜드 명칭에 재료 이름을 그대로 넣었는데, 차별화에 대한 탄야쉐의 의지가 돋보인다.

[사진출처=?紫生新?]

[사진출처=?紫生新?]

오리피와 더불어 최근 중국에서 ‘우유 오리피(牛奶鴨血)’가 새로운 훠궈 재료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순수 오리피는 원가가 높고 유통 과정에서 상할 위험이 커 가공 과정에 우유를 섞은 것이다. 2020년 허마셴셩이 출시한 ‘우유 오리피’는 당해 훠궈 재료 단품 판매 1위에 올랐으며, 올해도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우유 오리피’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유를 넣어 그냥 오리피보다 더 부드럽고 풍미가 좋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우유를 섞은 것은 그저 원가를 줄이려는 기업의 꼼수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있다.

이처럼 극심한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 훠궈 체인들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독자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을 꾀하거나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세부 품목을 선점하는 등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띈다.

2021년 상반기 중국 요식업 전체 매출은 2조 171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 증가했다. 아이 미디어 리서치는 단기적 관점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외식 수요가 감소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인의 가처분소득과 소비 관념이 높아지며 외식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각자 칼을 간 차별화 전략이 잘 먹힌다면 중국 훠궈 체인이 위기를 넘어 성공할 여지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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