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11월 가계대출 증가액 반토막…'대출 한파' 내년에도 쭉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14:07

업데이트 2021.12.08 17:43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대출 금리 상승의 영향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8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대출 한파'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출 규제가 이어지는 데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조기 시행되면서다.

한국은행의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3조원 늘어 10월 증가액(5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만 늘었다. 뉴스1

한국은행의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3조원 늘어 10월 증가액(5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만 늘었다. 뉴스1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3조원 증가했다. 전달인 지난 10월 증가액(5조2000억원)과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증가액(13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크게 둔화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기준 월 증가액으로는 2013년 11월(1조9000억원) 이후 가장 낮다.

가계대출을 항목별로 보면 주담대의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액은 2조4000억원으로 지난 10월(4조7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증가액만 놓고 보면 2018년 2월(1조8000억원) 이후 가장 낮다. 월 주담대 증가액이 3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19년 5월(2조9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달의 증가액(5000억원)과 같았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 감소는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 대출 금리 인상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며 “현재의 둔화 흐름이 연말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6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은 약간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한 증가율은 7.7%로 지난 7월(10%) 이하 증가율이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

다만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의 증가액(2조9000억원)은 지난 10월(1조원)보다 크게 증가 폭이 커졌다. 지난달 상호금융권의 대출이 2조1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10월의 증가분(40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총량 규제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데다 상호금융권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진 대출 금리 역전 현상이 생기면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에도 가계대출 한파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밝힌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4~5%)가 올해(6.99%)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아진 데다 올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된 전세대출이 내년에는 총량에 다시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대출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총량관리 목표치가 하향 조정된 것보다 영향이 더 큰 건 개인별 DSR 규제 조기 시행이다. 내년 1월부터는 총 가계대출이 2억원을 초과할 때, 내년 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할 때 DSR 규제가 적용된다. 당초 일정보다 1년가량 빨라졌다. 내년 7월 이후에는 대출을 받는 사람(차주)의 29.8%, 대출 금액 기준으로는 77.2%가 규제 대상이 된다.

차주단위 DSR 확대 계획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차주단위 DSR 확대 계획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DSR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 연간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연 소득과 기존 원리금 상환액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만큼, 소득이 적으면 적을수록 대출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든다.

총량규제가 개인의 소득과 신용에 무관하게 대출을 조이는 핵폭탄이었다면, DSR 규제는 저소득층만 정밀 타격하는 스마트 폭탄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내년 이후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드는 등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DSR 조기 시행으로 대출 증가세가 상당 부분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량 관리 목표치를 낮췄지만, 올해 같은 대출 중단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규제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총량 규제 목표를 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정책자금대출 등을 확대해 DSR 규제로 인한 대출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은행 기업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은행 기업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편 지난달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전달보다 9조1000억원 늘며, 지난 10월(10조3000억원)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11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대기업 대출은 2조8000원 늘며 11월 증가액 기준으로는 통계 속보치 작성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입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6조4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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