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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수학 1~2등급, 초1·2때가 가른다” 23년차 수학강사 팁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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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당신을 위한 세 줄 요약

· 수학을 잘 하려면 개념 이해력이 필요하다. 개념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독해력에서 나온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수학 성적이 좀 쳐져도 결국 따라잡을 수 있다.

· 개념 이해력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 수학 문제해결력이다. 문제를 보고 배운 개념을 적용해 실제로 풀어내는 힘이 수학 문제해결력이다. 이 힘을 기르려면 어려운 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실제로 풀지 못해도, 설령 틀려도 끙끙 대며 문제를 풀어보는 경험을 통해 수학 문제해결력이 생긴다.
· 선행 학습과 심화 학습 중에서 우선되어야 할 건 심화 학습이다. 개념 위주의 선행으로는 고등학교 수학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다. 심화 학습이 탄탄하게 되어야 선행도 가능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사교육 시장에 투입된 돈은 총 9조3000억원. 학생 1명이 매월 29만원 가량의 사교육비를 썼다. 그중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된 과목은 단연 수학과 영어로, 각각 월 9만원씩을 썼다. 그러나 이건 평균 얘기다. 초등학교(4.6만원)에서 중학교(12.8만원), 고등학교(14.2만원)로 올라갈수록 수학에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영어를 압도한다. 아이러니한 건 그런데도 상급 학교로 갈수록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수포자가 되지 않는 공부법은 없을까?

초등학교 1, 2학년이라면 책을 읽히세요. 독서를 많이 하는 것, 그게 수포자가 되지 않는 방법입니다.

예스24가 선정한 올해의 책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의 저자이자 20년 넘게 수학을 가르치며 수학 전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류승재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는 메가스터디, 대성학원 등에서 대입 수학을 주로 가르쳐온 대입 전문 수학 강사로, 자신의 아이들(현재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을 직접 가르치며 ‘수학 공부 습관은 초등학교 때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전체 수학 공부 로드맵을 담은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을 쓴 이유다.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저자 류승재 원장은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성적이 좀 떨어졌어도 따라잡더라"며 "수학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저자 류승재 원장은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성적이 좀 떨어졌어도 따라잡더라"며 "수학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수학을 잘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니, 뚱딴지 같은 말처럼 들립니다.
10년간 재수학원에서 문과 수포자를 주로 가르쳤어요. 수리영역 6~9등급인 아이들이요. 그런데 1년 후 어떤 아이들은 1~2등급까지 오릅니다. 매년 그런 아이들이 나와요. 이 아이들의 공통점이 바로 독서였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공부에 손을 놨지만 초등학생 시절 독서를 많이 해 읽기 능력이 탄탄한 아이들은 마음먹고 공부하면 성적이 올랐습니다. 비단 언어 같은 영역뿐 아니라 수학도 말이죠.
책을 많이 읽으면 왜 수학도 잘하게 되는 걸까요?
수학을 잘하려면 개념 이해력이 필요합니다. 교사가 개념을 설명해서 이해하는 거로는 부족합니다. 특히 수포자라면, 학습해야 할 범위가 고등학교 전과정을 넘어 중학교 과정인 경우가 많아요. 학습량이 많아지면 절대 교사가 다 가르쳐줄 수 없죠. 그럴 때는 책과 문제집을 보면서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데, 이때 독해력이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성과가 달라지는 겁니다.
개념을 설명한 지문에 대한 독해력이 뛰어난 게 수학을 잘하는 비법인 건가요?
책을 많이 읽은 친구들은 강의 내용이나 스스로 학습한 내용을 체계화해서 머릿속에 넣어요. 지문을 이해하는 걸 넘어 전체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죠. 그렇게 하면 기억도 더 오래 합니다. 수학을 똑같이 못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가르쳐준 걸 오래 기억하고 또 어떤 아이는 돌아서면 잊더군요. 그 차이도 독서였어요.”
책만 많이 읽으면, 그래서 읽기 능력이 뛰어나면 수학을 잘하나요?
수학 잘하는 아이들은 개념 이해력과 함께 수학 문제해결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수학을 잘합니다.”
수학 문제해결력이 뭔가요?
문제를 보고, 어떤 개념을 적용해서 실제로 풀어내는 힘입니다. 자신이 배운 개념을 문제에 적용해서 답을 구하는 건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전혀 다른 힘이죠. 이걸 기르려면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며 풀어봐야 합니다. 틀려도 괜찮고, 끙끙대다 결국 풀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풀어보려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과정에서 수학 문제해결력이 생겨납니다.
어려운 문제 푸는 것, 그러니까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는 얘긴가요?
수능 수리영역에서 1~2등급을 받는 아이들은 반드시 수학 문제해결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걸 갖추려면 심화학습은 필수입니다. 개념 위주의 선행학습을 반복하는 거로는 절대 1~2등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3등급이 한계였어요.”
선행 학습보다 심화 학습이 중요한가요?
선행 학습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선행 학습과 심화 학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특히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심화 학습을 선택하라고 권합니다. 수학 문제해결력은 근육 같은 겁니다. 어릴 때 이걸 길러 놓으면, 혹시 수학 성적이 떨어졌더라도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되죠.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독서를 하라고 하셨는데요, 독서를 하면서 수학 심화 학습도 같이해야 하는 건가요?
저희 아이들은 초등학교 1, 2학년 때는 별다른 수학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3학년 때 시작하는 거로 충분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수학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하거든요. 1, 2학년 때는 시간을 들여 독서를 충분히 하게 하고, 3학년이 되면 개념 중심의 기본 문제집과 함께 심화 문제집을 풀게 하길 권합니다.
아이가 수학을 잘하는 편이 아니어도 심화 문제집을 푸는 게 도움이 될까요?
양을 정해놓고 풀게 하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도, 양육자도 힘들어집니다. 이때 심화 문제집을 푸는 건 수학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위해섭니다. 틀려도, 못 풀어도 되니 풀려고 애쓰게 하는 경험을 하게 하세요. 시간을 정해놓고, 한 문제건 두 문제건 충분히 공들여 풀게 하십시오. 문제가 어렵다고 뛰어넘게 하거나, 바로 해답지를 보고 설명해주려 하지 마세요. 이렇게 공부해서는 절대로 수학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힌트를 하나씩 주면서 스스로 풀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1~2년 하다 보면 심화 문제집을 푸는 것도 어렵지 않아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선행도 수학 문제해결력이 좌우한다

선행에 대한 ‘괴담’을 만들어 내는 가장 대표적인 과목이 수학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중학교 과정을 한 번은 훑어야 한다”라거나 “고등학교 가기 전에 진도를 뽑아놓지 않으면 정작 고등학교 가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는 모두 수학 얘기다. 선행 학습보다 심화 학습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류승재 원장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선행은 필요 없는 것이냐고 말이다.

류승재 원장은 "심화 학습을 통해 수학 문제해결력을 길러야 선행 학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행 학습보다 심화 학습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상조 기자

류승재 원장은 "심화 학습을 통해 수학 문제해결력을 길러야 선행 학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행 학습보다 심화 학습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상조 기자

심화 문제집을 풀며 심화 학습을 하는 거로 충분한가요? 굳이 선행 학습에 얽매여 힘들어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선행 학습이 수학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한 데엔 이유가 있습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건대, 소위 명문대, 특히 상위 3개 대학을 가는 아이들은 보통 수학 문제집을 7권 정도 풉니다. 그래도 수능에서 수리영역 1등급이 나와요. 과거엔 아이들이 고교 학기 중에 이걸 해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시간이 없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일반화되면서 수행해야 할 과제가 늘어났거든요. 그래서 선행 학습 트렌드가 생겼어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선행 학습을 통해 2~3권의 문제집을 풀고 와서 나머지를 고교 과정 중에 하는 거죠.
선행 학습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제가 지도를 해보니, 심화 학습이 안 되면 선행도 안 되더군요. 아무리 선행 학습을 열심히 해도 보통 중학교 과정에서 멈추게 됩니다. 고등학교 과정부터는 심화 학습을 통해 수학 문제해결력을 길러놓지 않으면 진도를 뺄 수가 없는 거죠. 선행 학습보다 심화 학습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심화 학습을 하느라 선행 학습을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기본 문제집과 심화 문제집을 풀며 기본기를 다져놓으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보통 5학년 중에 6학년 과정까지 진도를 나가는 데 무리가 없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6학년 때는 중학교 과정을 미리 공부해볼 수 있습니다. 
보통 심화 문제집을 풀기 전에 유형 문제집을 권하던데요, 기본 문제집 이후 바로 심화 문제집을 풀라고요?
문제를 맞히는 게 아니라 수학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게 목표니까요. 유형을 학습하면 문제를 더 쉽게 맞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낯선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풀지 못하죠. 어려운 문제를 바도 맞닥뜨려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기본 문제집과 심화 문제집을 푸는 학습법을 제안하면서, 절대 가르치지 말라고 하셨어요. 왜인가요?
초등학교 수학은 어렵지 않습니다. 게다가 나선형으로 진도가 나가기 때문에, 앞에서 배운 내용이 뒤에 반복해서 나옵니다. 개념 문제집에 나온 설명(지문)을 아이가 스스로 읽으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거기 나오는 문제를 풀게 하는 식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하게 하세요. 수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 문제해결력은 자기 주도 학습에서 나옵니다.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끙끙대며 풀어야 하죠. 양육자가 수학을 가르치는 건 초등학교 때까지뿐입니다. 어차피 어느 순간 손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공부하게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류승재 원장은 자신의 세 아이에게 사고력 수학을 가르쳤다. 굳이 학원에 다니게 할 필요 없이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풀게 하는 걸로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상조 기자

류승재 원장은 자신의 세 아이에게 사고력 수학을 가르쳤다. 굳이 학원에 다니게 할 필요 없이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풀게 하는 걸로 충분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상조 기자

류승재 원장의 책에서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건 사고력 수학이었다. 사고력 수학은 수학 문제를 통해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 방법으로, 팩토나 소마, CMS, 황소 등의 수학 전문 교육 브랜드에서 교재를 만들거나 학원을 운영한다. 양육자뿐 아니라 수학 강사 사이에서도 “수학을 잘하는 데 사고력 수학이 필요한가”를 놓고 의견이 갈리는, 논쟁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류승재 원장은 책에서 “아이들에게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풀게 했다”며 관련 학습을 추천했다. 왜일까?

사고력 수학, 필요할까요?
저 역시 입시 위주 수학을 가르칠 때는 사고력 수학을 굳이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초등학생을 가르치면서 소위 사고력 수학을 공부해보니 수학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데 이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아이들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교과 수학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력 수학 중심으로 공부하게 했습니다. 3학년 이후에 기본 문제집과 심화 문제집만 풀 때도 시간이 남으면 사고력 수학 문제집을 풀게 했어요. 특히, 5·6학년 사고력 수학은 서술형 문제가 많은데, 이걸 시키고 중등 과정에 들어가니 스스로 개념을 정리하는 노트 만드는 걸 어려워하지 않았어요. 서술형 문제를 푸는 것도 어려워하지 않고요. 
수학 학원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또 운영하는 입장에서 수학 학원 고르는 팁을 좀 주신다면요?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개별첨삭식 학원을 추천합니다. 아이들을 모아서 진도를 나가는 형태의 학원에선 심화 학습을 하기 어렵습니다. 심화 학습을, 자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학원 형태가 개별첨삭식 학원이에요. 여기서 기본기를 닦은 뒤라면, 각자의 부족한 부분에 맞춰 진도를 나가는 대형 학원이나 심화에 더 주력하는 학원 등을 선택하면 됩니다.

류승재 원장은 인터뷰하는 내내 “수학 공부 역시 동기부여로 하는 게 아니라 습관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기부여는 순간이고, 결국 공부를 해내는 건 묵묵히 앉아서 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스트레칭을 하는 김연아 선수를 찍던 촬영감독이 무슨 생각 하면서 하냐고 물었더니 김연아 선수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무슨 생각을 하냐고요, 그냥 하는 거지. 대단한 성취라는 건 사실 그냥 하는 데서 이뤄져요. 다만 한 가지, 끝까지 해보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수학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끝까지 풀어내고, 등산하더라도 정상까지 가보는 거죠. 그게 결국 성과를 만들고, 거기서 성취감이 생기면, 동기부여는 자연스럽게 되거든요. 그게 비단 수학만의 문제일까요? 인생이 그런 것 아닐까요?”

모비온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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