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노무현'과 닮은듯 다르다, 인간 이재명의 '무수저 전략'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05:00

당내 경선에서 연설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중앙포토

당내 경선에서 연설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국회사진기자단·중앙포토

진흙이라고 해서 폄훼하지 말고 진흙 속에도 꽃은 핀다,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게 드린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MBC에 출연해 “제 출신이 비천하다”는 자신의 유세 발언(4일) 취지를 설명한 말이다. 이 후보는 “제 주변 문제나 출신 문제나 이런 것들을 공격하는 게 많다”면서 “그러나 사람들의 삶이란 다양한 것이고, 가난하고 어렵게 산 인생이라고 해서 존중받지 못할 이유도 없다. 저처럼 험한 상황에서 태어나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최근 자신의 가족사를 강조하는 건 자신을 향한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이 후보는 4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카카오톡으로 이재명을 마구 욕하며 ‘소년공이 아니라 소년원 출신’이라고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럴 때 서로 말을 해주고 카톡 하나라도, 댓글 하나라도 더 써달라”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김원이(오른쪽)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올린 사진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살아온 과정을 통해 각종 네거티브 의혹을 해소하는 교육 행사를 당원을 상대로 열고 있다. 각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김원이(오른쪽)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올린 사진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살아온 과정을 통해 각종 네거티브 의혹을 해소하는 교육 행사를 당원을 상대로 열고 있다. 각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에서 최근 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왜 이재명인가’ 강연 또한 이 후보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를 그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며 반박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한 악성 루머 중 사실이 아닌 걸 해명하고 나면, ‘어렵게 자란 이 후보야말로 국민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곤 한다”고 전했다.

가족사가 네거티브를 깨는 수비 전략이라면, 득점 전략은 이 후보의 유능함을 강조하는 캠페인이다. 이 후보의 경제정책 전문성을 부각해 ‘유능 이재명 vs 무능 윤석열’의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의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 발권 수익) 문제를 놓고 문답을 주고받은 서울대 경제학부 강연(7일)이나, 각종 그래프를 내보이며 경제 통계를 직접 설명했던 ‘소상공인과 함께 하는 전 국민 선대위’(6일)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자신의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학생들과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다만 가혹하게 어려웠던 성장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유능함’을 드러내는 전략을 두고 일각에선 “2030 세대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후보의 전략은 일종의 ‘무(無) 수저 신화’인데, 현재 2030 세대는 ‘개인별 격차의 공존’을 인정하는 세대라 오히려 ‘구질구질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후보의 캠페인을 ‘상고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전략과 비교하기도 한다. 이 후보의 ‘무 수저’ 성장사와 개혁 성향,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연설 실력이 노 전 대통령과 똑 닮았지만, ‘유능한 이재명’과 ‘바보 노무현’은 정반대 이미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의와 맞선 정치인 출신(노무현)과 성남시장·경기지사를 거치며 ‘일 잘하는 일꾼’으로 성장한 행정가 출신(이재명) 차이 아니겠냐”며 “다만 이 후보가 실제론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성격인 만큼, 이런 면을 보이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울산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건네받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준영 기자

지난달 12일 울산 중구 울산중앙전통시장을 찾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건네받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김준영 기자

실제 이 후보는 최근 지역 방문 일정 때 지지자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건네받아 ‘셀카’를 찍으며 친절한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에 캠핑장에서 잔잔한 대화를 주고받는 ‘명심캠프’ 일정을 넣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한다.

이 후보는 지난 5일 전북 진안으로 이동하는 중엔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어젯밤에 아내가 보고 싶어서 생떼를 썼다”고 말하는 등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특별히 조언 드린 건 없다. 여사 얘기를 꺼낸 건 전적으로 후보 본인의 판단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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