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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은 전라도, 가오리는 경상도 제사상에 올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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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한국국학진흥원이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종가 제례음식 아카이브’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한국국학진흥원이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종가 제례음식 아카이브’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에는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제사를 지내는 종가(宗家)가 490여곳이 있다. 퇴계 이황, 백사 이항복, 오재 이탕, 사계 김장생 선생 집안 같은 곳이다. 이들 종가는 같은 불천위 제사를 지내지만, 학문적·사상적 배경, 지리적 위치에 따라 제례 음식과 내림 음식, 상차림 등이 모두 다르다.

한국국학진흥원이 MZ(밀레니얼·Z)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제례음식 등 우리나라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7일 “‘종가 제례음식 아카이브’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털로 구현한 종가들의 음식 등 다양한 전통 제례 문화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종가 제례음식 아카이브에는 사진·영상·그래픽 등으로 전국 주요 100개 종가의 제례 문화 자료가 올려져 있다. 우선 ‘종가정보’를 누르면 전국 종가별 제례 개요와 절차, 역사적 배경, 제물 정보 등이 사진과 함께 나온다.

예를 들어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우계 성혼 선생 종가는 육적 7㎝, 계적 10㎝, 어적 5㎝ 높이로 쌓아 제사상에 올린다고 돼 있다. 하지만 전남 해남에 위치한 여초은 윤효정 선생 종가는 제물로 쓰는 어적 등의 높이는 따로 정하지 않고, 만두를 특이 제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종가 제례음식 아카이브’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한국국학진흥원이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종가 제례음식 아카이브’라는 홈페이지를 통해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인포그래픽(Infographics)으로 만든 ‘제물분포지도’도 탑재돼 있다. 가자미·낙지 같은 제물을 클릭하면 지도에 지역 종가별 사용처가 표시된다. 이에 따르면 가오리는 경상도 지역 종가들이 제물로 주로 쓰지만, 경기도와 충청도 종가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나온다. 꼬막은 전라도 종가들만 주로 사용하고, 상어는 경상도와 전라도 종가들만 쓴다. 반면 도미는 충청도를 제외하곤 전국 종가 대부분이 쓴다. 조기도 전국 종가들이 선호하는 제물이다.

종가 별 내림 음식도 눈길을 끈다. 경북 영덕에 위치한 청신재 박의장 선생 종가는 ‘수수풀데기’라는 내림 음식이 있다. 수수풀데기는 수수를 곱게 갈아 죽을 쑤어 끊이고, 다시 찹쌀 경단을 넣어 끓인 일종의 죽이다.

전남 담양에 위치한 미암 류희춘 선생 종가는 땡감을 따서 솥에 넣고 삶아 거른 뒤 찹쌀가루를 넣어 버무려 만든 떡과 죽의 중간 형태인 감단자를, 대전 동춘당 송준길 종가는 국화주와 두텁떡이 대표적인 내림 음식이다. 전북 정읍에 있는 징언 김준 선생 종가는 조기젓갈과 조기와 고사리를 넣어 탕을 끓인 조기탕이 내림음식이다. 예전에는 조기가 다소 흔해서 이름난 집안에선 자주 먹었다고 한다.

이밖에 아카이브에는 전국 종가별 사당 모습,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모습 등이 영상으로 구현돼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이번 종가 제례문화 관련한 디지털 구현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전국 종가별 불천위 제사를 연구해왔다.

관혼상제 예법을 중요시하는 종가들의 디지털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퇴계 종가는 불천위 제사를 디지털로 중계하는 방식으로 치르기도 했다. 제사는 소수의 제관만 참여한 가운데, 퇴계종택에서 화상 프로그램인 ‘줌(ZOOM)’을 활용해 불천위 제사를 디지털 중계했다. 제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유림 등은 자택 등에서 노트북 영상으로 실시간 참제했다. 신주가 노트북 화면에 보이면 전통복장을 차려입고 절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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