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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대표 '김명수 인사' 비판…"재판신뢰 저해한 이례적 잔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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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판사들의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 인사에 원칙과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며 사실상 김명수 대법원장의 ‘코드 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법관대표회의는 특히 서울중앙지법 윤종섭(51·사법연수원 26기) 부장판사와 김미리 (52·26기) 부장판사를 각각 6년 및 4년째 이례적으로 잔류시킨 인사가 재판에 대한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관대표회의 "법관 인사 원칙·기준 준수해야"

법관대표회의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관 인사의 원칙과 기준 준수에 관한 의안’을 심의·의결한 결과 “법관의 전보 및 해외연수 선발에 관한 인사 원칙과 기준은 준수돼야 하고, 그 원칙과 기준을 변경할 경우에는 사전에 공지돼야 한다”는 원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가결된 안건에는 “법관 인사에 관여하는 (대법원 법관인사분과)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인사 사안을 심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가 제공돼야 하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지원돼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법관 인사권을 가진 김명수 대법원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내용이다.

법관대표회의는 7일 전날의 의결사항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리면서 해당 안건의 제안 배경에 대해 “재판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이례적 잔류인사를 지양하고, 해외연수 선발에 있어 원칙과 기준을 준수할 필요가 있어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1년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2021년 하반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지법 '6년 유임' 윤종섭, '4년 유임' 김미리 겨냥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의결은 법관대표회의가 중앙지법의 올해 2월 정기 인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윤 부장판사와 김 부장판사가 유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부장판사는 중앙지법에 6년째 남아 있으며,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재판부를 4년째 맡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한 법원에 3년, 한 재판부에 2년 근무하던 기존 인사 원칙과 관례를 깬 것이다. 윤 부장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서 유일하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윤 부장판사는 현재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도 맡고 있다.

중앙지법에서 4년간 유임된 김미리 부장판사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채용 비리 사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비위 감찰 무마 사건 등 현 정권 인사 연루 사건을 집중적으로 배당받았다. 특히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1년 3개월간 지연시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 사건 등을 심리하다 지난 4월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했고, 3개월 뒤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단독 판사로 복직했다.

전날 법관대표회의에서는 특정 인물들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중앙지법의 인사 문제만 거론됐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법관은 “중앙지법 이외에 다른 지방 법원에서는 인사 이슈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특정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들에 대한 인사 유임은 국민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이를 해서는 안된다는 데 공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올해 초 중앙지법 인사에 대해 논란이 워낙 커서 법관대표회의가 인사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이 그동안 구성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 인사를 내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에 반영할까  

법관대표회의는 이 밖에 법관 인사에 관여하는 위원회 소속 판사들에게 사건 배당 등에서 부담을 줄여주고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지원해 인사 사안을 심도 있게 심의할 수 있는 제반을 마련해달라는 안건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기존과 다른 절차로 해외연수를 가게 된 법관 문제도 논의됐다. 법관이 해외 연수를 받기 위해 출국하려면 먼저 해외연수 법관으로 선발된 뒤, 연수가 이뤄지는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8월 한 판사가 먼저 입학 허가를 받은 후 해외연수 법관으로 선발됐는데도 즉시 출국이 이뤄져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법관대표회의는 대법원 규칙을 근거로 하고 있지만, 가결된 안건이 의무적으로 사법 행정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법관대표회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려왔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에서 의결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4월 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된 사항은 재판 제도와 사법행정 제도를 개선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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