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 포워드 김민정(27·1m81㎝)을 만났다. 김민정은 추승균(47) 해설위원에 빗대 ‘여자 추승균’이라 불린다. 김민정은 “영광이다. 유튜브로 전주 KCC 선수 시절 영상을 찾아봤는데 너무 잘하셔서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미들 슛이 좋고, 수비도 잘하고, 파워도 있고, 허슬 플레이까지 펼친다. 왜 제게 그런 별명을 붙여주셨는지…”라며 쑥스러워 했다. 그래도 ‘닮은 점’을 묻자 김민정은 “팀에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궂은 일을 하는 정도”라고 했다.
여자프로농구 선두 질주 기여 #소리 없이 강했던 추승균처럼 궂은일 #박지수-강이슬 견제할 때 위닝샷
김민정은 수비와 리바운드 같은 궂은 일을 하고 꾸준히 득점을 올린다. 추승균은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 불렸는데, 김민정은 ‘소리 없이 강한 여자’다. 팀 내 별명은 ‘만두’다. 김민정은 “제가 만두를 엄청 좋아해서, (강)아정 언니(부산 BNK)가 붙여줬다. 게임 중에도 동료들이 ‘만두’라고 콜한다”고 했다.
KB는 올 시즌 12승 1패로 단독 선두다. KB 스타즈의 스타 선수 박지수와 강이슬에게 수비가 쏠리면, 김민정이 승부처에서 그 틈을 놓치지 않는다. 김민정은 지난달 4일 아산 우리은행전 69-70으로 뒤진 종료 4.1초 전 ‘위닝 샷’을 넣었고, 지난달 13일 인천 신한은행전 종료 29초 전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했는데 위닝 샷이 됐다.
김민정은 “첫 번째 위닝샷은 드라이브인을 했는데 눈떠보니 림이 앞에 있어 쐈는데 들어갔다. 두 번째는 상대 팀이 지수와 이슬이를 견제할 것 같았고, 눈이 맞은 (허)예은이가 패스를 해줬다”며 “내가 승부처에 강한 선수는 아니다.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찬스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춘천여고 출신 김민정은 2013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KB에 입단했다. 2019~20시즌까지는 식스맨이었다. 지난 시즌 주축 선수로 발돋움했고, 올 시즌 평균 11.8점, 3.8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10월 31일 하나원큐전에서 개인 최다인 27점을 몰아쳤다.
온양여고 코치를 지냈던 김완수 KB 감독은 “여고 시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는데, 지금처럼 성장한 걸 보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한 것”이라고 했다. KB 가드 허예은은 “민정 언니는 저를 포함한 어린 선수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밑 단계부터 시작해 국가대표까지 올랐다. 프로 10년 차인데 쉬는 날에도 제일 먼저 나와 슈팅을 쏘고, 농구만 생각한다. 민정 언니처럼 크고 싶다. 단 연애에 뜻이 없는 것만 빼고”라며 웃었다.
김민정은 “휴가가 한 달이면 가겠는데 본가(춘천)가 멀다. 옛날에 체육관에 살았다면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했다. 쌍둥이 동생 김민선도 농구 선수로 단국대, 사천시청까지 뛰고 그만뒀다.
김민정은 “최근 몇 경기 주춤하니 동생이 ‘너 뭐하냐’고 놀리더라. 힘들 때 보러 와주는 고마운 존재다. 휴가 때 가끔 같이 농구 하러 가는데, 진짜 좋다”고 했다. 매일 농구 일기를 쓰는 김민정은 “감독님께 지적받은 걸 적는다. 요즘 아이패드에 기록한다”고 했다. 김민정은 작년 4월에 연봉 1억원에 KB와 3년 재계약을 했다. 그는 “지난 시즌 준우승에 그쳤는데, 주전으로 뛰며 우승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올해 스타트를 잘 끊었고 팀이 강해서 두려움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