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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병상 확보? 집에서 심정지 온뒤에야 병원 실려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 자료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치료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달 초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A씨(70대)가 황급히 이송됐다. 집에서 병상대기 중 심정지가 왔다고 한다. 의료진이 3차례 심장마사지 등을 했으나 하루도 안 돼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혈액투석 환자였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하지만 병상 부족으로 투석·코로나19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것이다. 신장 장애인의 경우 투석 시기를 놓치면 체내 요독(尿毒)이 쌓인다. 각종 노폐물이 혈액 속에 쌓여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A씨는 이송 뒤 투석치료 등을 받긴 했으나 늦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붕괴 직전 의료대응 체계 

국내 의료대응 체계가 붕괴 직전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위중증 환자 역시 따라 늘면서다. 위중증 환자의 증가 속도는 정부 예측치를 벗어났다. 중환자실이 빠르게 찼다. 동나기 직전 상황이다. 병상이 부족하다 보니 A씨처럼 이미 상태가 악화할 대로 악화한 환자가 중환자실로 전원 오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일선 현장에선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가 ‘병상 OO개 확보’만 강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국적으로 중환자 병상을 포함해 2400여개의 병상을 확충했다”며 “하루 1만명의 확진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병상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난달에만 3차례(11월 5·12·24일) 병상동원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통계 속 병상 수 의료현장과 괴리 

하지만 이날 김 총리의 발언은 현장과 괴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가장 시급한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은 전국에 1237개(5일 오후 5시 기준) 병상뿐이다. 첫 병상동원 행정명령이 내려질 당시(1111개 병상)보다 126개(11.3%) 늘어난 데 그쳤다.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0.5%다. 수도권은 86.6%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중환 치료 현장에선 “병상 증가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경기도 내 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상이 여유 있던) 전 같았으면 중증으로 악화할 것 같은 환자를 받아 기관 내 삽관도 하고 중환자 치료를 했다”면서 “하지만 요즘엔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고위험군) 환자들이 재택치료로 버티다 이미 나빠진 상태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다 일찍 치료를 시작했으면 결과가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위드 코로나 시행 후 입원 대기환자는 1000명에 육박한다. 6일 0시 기준 수도권 내 하루 이상 병상 대기자는 982명 달한다. 고위험군이 70세 이상이 547명,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지병)을 가진 환자는 435명이다.

6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손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 뉴스1

6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의료진이 손 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 뉴스1

병상 대기 중 숨진 환자 29명 

특히 집에서 병상을 기다리다 숨진 환자가 증가추세다. 심각하다. 정부는 일주일 간격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45주차(10월 31일~11월 6일) 땐 대기 중 사망 환자가 단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후 매주 2명→3명→10명→13명으로 늘었다. 한 달여 만에 29명이나 숨진 것이다. 각각 병상 배정 전 사망한 경우가 10명, 병상 배정 중 사망한 사례가 19명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금 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중증화되는 숫자보다 많다”며 “중환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 역시 “최근 우리 병원에 들어오는 중환자는 대부분 사망한다”며 “너무 늦게 와 그렇다. 병 자체가 세다기보단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치료할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그만큼 있다는 얘기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선 “의사된 걸 처음 후회해본다”는 무력감에, “임종은커녕 면회 한 번 없이 부모를 떠나 보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안타까움도 나온다.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엔 회복까지 통상 2주~3주가량 걸린다. 중환자 병상을 늘린다고 해도 5000명 안팎의 확진자 유행규모가 꺾이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6일부터 4주간 사적모임 규모를 줄이고 식당·카페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됐으나 상황을 어느 정도까지 안정화 시킬지는 확실치 않다. 더욱이 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센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도 퍼지고 있다.

정부는 준중증 병상을 확보, 중환자 병상의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호전된 중환자를 준중증 병상으로 보내는 ‘스텝 다운’ 방식이다. 현재 전국의 준중증 병상은 576개다. 402개를 늘리는 게 단기 목표인데 121개 정도만 추가됐다.

최근 오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으로 3차 추가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오전 서울 은평구 청구성심병원에서 한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으로 3차 추가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상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암처럼 코로나19 외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에선 (신규 확진자) 1만명을 버틸 수 있도록 (병상을) 확충하겠다는데 국내 의료계 현실에서 못 견딘다”며 “코로나 환자는 수용 가능할지 몰라도 다른 환자가 죽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선 고령층 3차 접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60세 이상이 부스터샷(추가접종)을 안 맞은 상황이다. 이걸 맞아야 중증 예방 효과가 90% 정도 된다”며 “그럼 중증 환자 발생이 줄어 좀 숨통 트일 것이다. 지금 고령층 접종 속도가 너무 안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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