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EU·영국·일본은 본 심사도 못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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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이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뉴스1

1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이시아나항공의 여객기. 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결합의 키를 쥔 유럽 경쟁당국 등 몇 곳엔 정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전협의만 신청했을 뿐 신고 이후 이뤄지는 본 심사 단계엔 진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속도를 낸다고 해도 두 항공사 간 결합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유럽·영국·일본에 중국까지 남아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경쟁당국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영국의 경쟁시장청(CMA), 일본의 공정취인(거래)위원회에선 국내 항공사 기업결합에 대한 본 심사가 열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이 먼저 서류를 제출하고 신고를 해야만 하는데, 이들 세 경쟁당국은 아직 접수받지 못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한항공은 신고 전 사전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협의 후 신고만 하면 곧장 결론이 날 것이라고 본다.

유럽·일본은 필수신고 국가에 해당한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한다고 해도 해당 국가에서 불승인을 내리면 운항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필수신고 국가 중 하나인 중국의 경우 대한항공으로부터 접수를 받았다가 한 차례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다시 신고 서류를 접수했지만 심사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영국 경쟁시장청(CMA)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진행 상황. 사전협의 단계인 1단계(페이즈1)에 머물러 있다. [홈페이지 캡처]

6일 영국 경쟁시장청(CMA)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진행 상황. 사전협의 단계인 1단계(페이즈1)에 머물러 있다. [홈페이지 캡처]

대한항공이 먼저 조정안 제시해야

공정위를 비롯한 해외 경쟁당국은 중복 노선에 대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시정조치를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 두 항공사의 결합 시 점유율이 50%가 넘는 노선이 30여개에 달하는 만큼 독과점 노선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게 결합의 전제가 된다는 뜻이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계획하면서도 본 심사에 나서지 않는 건 공정위와 절차가 달라서다. 각 노선의 점유율과 조건으로 걸 시정명령 사안을 직접 정하는 한국과 달리 유럽·영국 등은 이 같은 개선 방안을 기업이 직접 가져가야 한다. 기업결합 신고와 이를 심사하는 단계에서부터 대한항공이 어느 노선의 운수권을 포기할지를 제출해야 한다는 게 해외 경쟁당국 입장이다.

업계 “공정위가 먼저…속도내야”

확산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도 새로운 변수다. 해외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이 재분배할 노선을 어느 항공사에 넘길지를 직접 정하도록 한다. 오미크론 변이로 전 세계가 속속 입국 제한을 하는 상황인 데다 국경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 외국계 항공사가 대한항공의 노선에 당장 관심을 가질지 미지수다. 특히 EC의 경우 지난 4월 캐나다 1·3위 항공사의 기업결합을 불승인해 일종의 ‘판례’처럼 작용할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뉴스1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공정위가 빠르게 결론을 내려야 해외 경쟁당국과의 협의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에 자료를 계속 제출하는 등 사전협의 단계에서 소통하고 있다”며 “통합 뒤에도 아시아나의 현 인력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므로 스스로 운수권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에서 결론이 나면 이를 토대로 협의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안에 심사보고서는 보낸다 

공정위는 구체적인 시정명령안을 심사보고서에 담지는 못하더라도 올해 안에 심사보고서는 발송하겠다는 계획이다. 보고서에는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중복 노선을 정리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이후 대한항공 측이 운수권과 슬롯 조정 계획을 세우고 전원회의에서 이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해외와는 무관하게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게 공정위 방침이다. 다만 올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다고 해도 전원회의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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