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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못보면 3년간 못본다···땅끝마을의 '보물' 미황사 대웅보전

중앙일보

입력

미황사 대웅보전이 내년 1월부터 해체복원공사에 들어간다. 내년부터 최소한 3년은 이 장면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미황사 대웅보전이 내년 1월부터 해체복원공사에 들어간다. 내년부터 최소한 3년은 이 장면을 볼 수 없다는 얘기다.

2일 전남 해남 달마산 남쪽 자락의 미황사. 대웅보전 앞마당에 커다란 차단막이 쳐 있었고, 대형 트럭이 큰 소리를 내며 경내를 들락거렸다.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미황사는 확실히 예의 그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미황사 대웅보전이 다음 달부터 해체복원공사에 들어간다. 문자 그대로 대웅보전을 일일이 해체한 뒤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대공사다. 해체부터 복원까지 최소 3년이 걸릴 전망이다. 미황사 주지 향문 스님은 “수년 전부터 준비했던 해체복원공사를 드디어 내년 1월 시작한다”며 “당분간 어수선할 것이니 양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황사 전경. 대웅보전 뒤로 달마산 능선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미황사 전경. 대웅보전 뒤로 달마산 능선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서 있다.

드론으로 촬영한 달마산과 미황사. 대웅보전 앞마당 파란색 차단막을 친 자리에 공사 기간 간이 법당이 들어선다.

드론으로 촬영한 달마산과 미황사. 대웅보전 앞마당 파란색 차단막을 친 자리에 공사 기간 간이 법당이 들어선다.

미황사 대웅보전은 보물로 지정된 유산이다. 지금은 사라진 문화재 등록번호를 따르면 보물 제947호였다. 신라 경덕왕 8년(749)에 지어졌고 임진왜란 때 불탄 뒤 두 번의 중창을 거쳤다. 현재 건물은 조선 영조 30년(1754) 중창 이후의 모습이라고 한다.

대웅보전은 바위를 쌓아 올린 기단 위에 둥근 주춧돌을 놓고 배흘림기둥을 세워 지었다. 나무와 나무를 끼워서 조립한 품새나 중앙 기둥에 새긴 용머리 장식이 매우 화려하다. 그러나 건물 자체는 담백하고 엄숙한 모습이다. 무채색이어서다. 미황사 대웅보전은 알록달록한 단청이 없다. 남도의 바닷바람에 단청이 다 지워졌다. 그래서 더 그윽한 풍경을 연출한다. 금강소나무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 대웅보전이 울퉁불퉁한 암봉들을 두른 채 서 있는 모습은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미황사 대웅보전 내부 천장의 모습. 외관과 달리 내부가 매우 화려하다.

미황사 대웅보전 내부 천장의 모습. 외관과 달리 내부가 매우 화려하다.

대웅보전 천장에 그려진 학 그림. 금박을 입혔다. 그림을 그린 종이를 나무 조각에 붙이는 배접 방식으로 금빛 학을 그려 넣었다.

대웅보전 천장에 그려진 학 그림. 금박을 입혔다. 그림을 그린 종이를 나무 조각에 붙이는 배접 방식으로 금빛 학을 그려 넣었다.

대웅보전 내부는 딴판이다. 외부와 달리 매우 화려하다. 석가모니와 나한, 학과 모란 등을 그린 불화가 천장과 벽, 기둥과 서까래에 빼곡히 그려져 있다. 석가모니 그림만 1000장이어서 대웅보전에서 세 번만 절을 올리면 삼천배를 올리는 것과 같다고 미황사 측은 농 삼아 말한다. 대웅보전 내부 불화는 배접 기법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종이를 건물에 붙이는 방식이다. 특히 학 그림은 압권이다. 묘사가 치밀할뿐더러 금박을 씌웠다. “대웅보전을 한동안 볼 수 없으니 특별히 허락해준다”는 향문 스님의 배려 덕분에 대웅보전 내부를 촬영할 수 있었다.

미황사 대웅보전 내부.

미황사 대웅보전 내부.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있는 연등.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있는 연등.

천장에 매달린 연등을 보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저명인사 이름이 즐비하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 부회장, 박지원 국정원장, 최태원 SK 회장의 이름도 보인다. 평범한 대중 사부도 대웅보전과 맺은 인연이 절절할 테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제일 많은 절이다. 새벽 예불도, 백팔배도 바로 여기서 진행됐다.

대웅보전 내부를 보고 나왔으면 허리를 구부려 배흘림기둥 주춧돌을 들여다봐야 한다. 장난기 어린 석공이 주춧돌에 연꽃과 함께 거북이와 게를 그려놨다. 미황사 오른쪽 부도암에도 원숭이, 새, 게 따위 동물이 그려져 있다. 공사가 시작돼도 부도암의 동물은 구경할 수 있다.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와 거북이.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게와 거북이.

이제 당분간은 대웅보전의 단아한 모습도, 내부의 화려한 단청도, 주춧돌의 거북이도 볼 수 없다. 공사 기간 대웅보전 앞마당에 간이 법당이 차려질 예정이다. 대웅보전을 해체하면서 나온 목재와 석축은 따로 보관한 뒤 복원 작업을 거친다. 향문 스님의 당부 말씀을 전한다.

“아침마다 울력 삼아 대웅보전 앞에서 빗질을 합니다. 돌가루, 나뭇가루 같은 걸 날마다 치웁니다. 이 먼지와 티끌도 다 대웅보전인데 치우는 게 맞는가, 여러 번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결단을 내린 것이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혹여 미황사가 그리우면 올해가 가기 전에 들르십시오. 올해까지는 예의 그 모습으로 대웅보전이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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