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0건' 존폐 기로인데···공수처 예산 200억으로 늘려준 與

중앙일보

입력 2021.12.07 05:00

업데이트 2021.12.07 07:58

‘인지수사 0건’ 부실·편파 수사 논란의 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022년 예산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181억원)보다 10.4% 증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의원들의 감액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당 주도로 내년도 공수처 예산을 18억8500만원 증액한 199억9900만원으로 확정한 것이다. 공수처는 당초 정부에 260억10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78억8700만원(30.3%)이 감액된 181억1400만원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6일 국회·공수처 등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디지털포렌식 수사와 관련해 전자적 증거보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예산 20억3200만원을 신규 반영했다. 다만, 과도하게 계상됐다는 지적을 받은 명예퇴직수당 등 2억4300만원은 삭감됐다. 수사 관련 사업에 반영됐던 공소 관련 예산은 별도 사업을 신설해 편성됐다.

국회 심의 과정에선 공수처가 요구한 예산 일부가 부적정하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6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6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신설기관이라 명퇴 많을 것 같아서…”

인건비와 관련, 공수처는 출범(지난 1월 21일) 갓 1년을 넘기는 내년에 공안직(수사관) 5명이 임기를 5년여 남기고 명예퇴직을 신청한다는 걸 전제로 4억800만원을 요구했다. 공안직 5급 2명, 6급 3명의 명예퇴직수당을 산출 근거로 제시하면서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비슷한 액수의 관련 예산을 편성한 소년원, 치료감호소의 정원이 각각 974명, 443명이란 점에서 정원 85명의 공수처엔 과도한 예산이란 검토 의견을 냈다. 내년에 명예퇴직이 가능한 공안직이 9명인데, 이 중 과반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것을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9일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저희가 신설기관이다 보니 조금 이직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명예퇴직수당을 2명분으로 줄이는 데 동의했다.

‘파견 64.1%’…자체 수사관 < 파견 경찰

인건비 예산과 관련해선 공수처 정원(85명)과 현원(78명)을 고려할 때 파견 직원의 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달 법사위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공수처 파견 직원은 현재 50명으로 현원의 64.1%에 이른다. 이 중 수사인력만 40명(대검 실무관 3명, 경찰관 34명, 해양경찰관 3명)이다. 파견된 검찰 수사관 1명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51명이지만, 공수처법상 검찰 수사관은 파견이어도 정원에 포함하게 돼 있다.

파견 수사인력 중 경찰 인력은 37명으로 공수처 수사관 수(36명)와 비등해 공수처의 독립성·전문성·책임성을 훼손한다는 게 법사위의 검토 의견이었다. 박장호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에 따라 권력형 비리사건을 중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설립된 걸 고려하면 다른 수사기관의 인력을 정원과 비교해 과도히 파견받는 건 공수처의 독립성에 비춰 바람직하지 않고, 수사의 보안 유지 차원에서도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예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2년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예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공소예산 편성 안 해 국회가 직접 신설

공수처는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에 대한 기소 권한을 가지면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깬 상징적 기관인데도 공소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가 직접 관련 사업을 만들어줬다. 법사위는 “기관의 법적 기능에 부합하도록 ‘수사지원 및 수사일반’ 사업에서 공소 관련 경비 1억300만원을 감액하고 ‘공판활동 지원’ 사업을 신설한 후 1억300만원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는 수정 의견을 냈고, 예결위에서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이 수용해 반영됐다. 국회 심의 중 증액은 정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수사심의회 연간 27번 열겠다”

공수처는 수사·공소·영장·공보심의위와 수사자문단 회의 등 각종 위원회 운영비의 경우 연간 27회 개최하는 걸 전제로 산출하곤, 업무추진비는 16회(공보심의위는 12회) 개최를 기준으로 해 “통일성이 없다”(예결위 검토보고서)는 비판을 받았다. 감찰위와 내부고발자구조심의위의 경우 운영비는 각각 연간 2회, 6회 개최로 산출하곤 업무추진비는 각각 12회씩 개최로 계산했다.

이와 관련, 법사위와 예결위는 모두 공수처 수사심의위가 올해 1회, 공소심의위는 2회, 검찰 수사심의위의 경우 지난해 4회, 올해 3회 개최한 것과 비교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공수처가 현재까지 입건한 사건은 23건인데, 예산안에 따르면 사실상 모든 사건에 대해 모든 심의위를 여는 셈이어서다. 이에 법사위는 각종 위원회 운영비·업무추진비 예산(4억6000만원)을 16회 개최로 수정하면서 1억7500만원 감액 의견을 제시했고, 야당에선 최소 반액(2억3000만원)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오수 검찰총장(왼쪽)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6월 8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면담하고 있다. 양 기관은 상호 원활한 협력을 공언했지만, 국회에 따르면 검·경·공 실무협의체 회의는 지난 3월 단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왼쪽)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6월 8일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에서 면담하고 있다. 양 기관은 상호 원활한 협력을 공언했지만, 국회에 따르면 검·경·공 실무협의체 회의는 지난 3월 단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검·경·공 협의 7개월째 ‘0’

공수처는 국회로부터 양형기준 수립 연구용역비(5000만원)에 관해 “독자적 연구용역 외에 검·경 등 기존 수사기관과 연계·협조가 필수적”(법사위 보고서)이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구형기준이 기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면 피고인 간 형평성이나 국가사법체계의 통일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국회에 따르면, 검·경·공 실무협의체 회의는 지난 3월 27일 상견례를 겸한 1차 회의를 끝으로 소집된 적이 없다.

예산 심의 과정에선 조달청이 지난 10월 현재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공고 중인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구축 사업’ 제안요청서상 사업 범위에 공수처가 포함되지 않은 게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공수처가 구축하고 있는 자체 KICS는 이 같은 차세대 KICS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향후 다른 수사기관과 연계가 원활하지 못하거나 사건 관계인의 불편, 보안상 문제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26일 검찰의 반대로 공수처는 기존 KICS와의 연계·이용조차 불가한 상황이다.

1억원대 특수활동비도 배정

한편, 공수처는 수사일반 사업 예산에 특수활동비 1억2300만원을 반영했다. 검사 정원(검찰 2292명, 공수처 25명)을 고려했을 때 검찰과 비슷한 수준이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거나 검사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은 구속 피고인·피의자에 대해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형사보상금 제도와 관련해 1억1300만원을 편성하기도 했는데, 현행 형사보상법상 청구 대상은 검찰청뿐인 데다 형사보상 절차와 관련한 공수처 내부 규정도 없어 입법으로 보완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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