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충격에…중국, 지준율 0.5%P 내려 223조원 푼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7 00:04

업데이트 2021.12.0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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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2010년 상하이의 한 은행 직원이 지난 100위안 지폐를 세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10년 상하이의 한 은행 직원이 지난 100위안 지폐를 세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돈줄을 풀었다. 인민은행은 15일부터 은행 평균 지급준비율을 8.4%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6일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를 통해 1조2000억 위안(약 223조원)의 장기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의 지준율 인하는 지난 7월에 이어 5개월 만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우려로 테이퍼링을 조기 종료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가,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그룹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자 경기 안정을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급락하는 중국 주택거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급락하는 중국 주택거래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앞서 지난 3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화상 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지준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히며 인하를 시사했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부채 우려가 커지자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은행 간 장외채권시장에서 부동산 기업이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등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대출 승인 조건도 완화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위기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완화 정책을 펼쳤지만,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며 “지준율 인하는 중국 경제 리스크를 낮추는데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경기 위축 국면에서 부동산 기업 파산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헝다그룹이 중국 베이징에 개발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난 10월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헝다그룹이 중국 베이징에 개발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난 10월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헝다 그룹은 지난 3일 “2억6000만 달러(약 3075억원)의 채무상환이 어렵다”고 공시했다. 게다가 6일에도 30일간 유예했던 채권 이자 8249만 달러(약 976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갚지 못하면 디폴트 상태가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랫동안 이어지던 헝다 그룹의 부채 구조조정이 끝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질서 있는 파산’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광둥성 정부가 헝다 그룹에 실무대책반을 투입했다. 중국 신랑망(新浪網)은 6일 “헝다에 대한 정부 개입은 정부가 모든 의사결정을 도맡는 고강도 방식보다 경영진 역할을 조정·감독하는 중간 강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헝다 그룹의 파산을 개별기업의 위기로 축소하며, 중국 경제엔 위험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지난 6월 기준 헝다의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66조원)인데 이는 전체 은행권 자산 대비 0.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달러채 만기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달러채 만기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헝다발 부동산 위기는 다른 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다. 부동산 업체인 ‘양광(陽光)100’은 6일 공시를 통해 회사채 원금(1억7000만 달러)과 이자(892만 달러)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른 부동산 회사인 자자오예(佳兆業)도 오는 7일 4억 달러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업체의 파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업체와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가 현실화하면 부동산 경기 경착륙과 금융시장 충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경기 위축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가 다른 부문으로까지 번지는 일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침체는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한 과도한 부채가 중국 금융의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 시장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 성장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부채를 줄이려는 시진핑 정권의 개혁은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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