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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환 “기술 피겨 유행해도 감동 전달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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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차준환. 김민규 기자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메달을 꿈꾸는 차준환. 김민규 기자

최근 서울 태릉빙상장 근처에서 만난 남자 피겨 선수 차준환(20·고려대)은 생기발랄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그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있는 캐나다에 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홀로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도 차준환은 지난달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1~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 동메달(총점 259.60)을 땄다. 그의 빈틈 없는 경기에 만원 관중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지난 5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도 1위(총점 239.16)를 차지했다. 다음 달 8일 열리는 2차 선발전에서도 큰 실수가 없다면 무난하게 내년 2월 열리는 올림픽 티켓을 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년 동안 오서 코치를 딱 세 번 봤다.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스웨덴)와 지난달 그랑프리(이탈리아·일본)에서 만났다. 시차가 있어서 화상 훈련도 할 수 없었다. 오서 코치와 훈련은 안 했다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입상이 유력한 네이선 첸, 빈센트 저우(이상 미국)가 코치와 훈련하는 것과 비교하면 불리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차준환은 “그 선수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다. 혼자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준환도 처음에는 많이 불안했다. 훈련 스케줄이 어그러져 암담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바뀌면서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국내에서 훈련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피겨를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무지막지하게 땀을 흘렸다. 차준환은 “솔직히 피겨 선수로 10년 이상 뛰다 보니까 조금 느슨해졌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년생처럼 무엇이든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일주일에 하루만 쉰 그는 휴일에도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운동을 빠뜨리지 않았다. 차준환은 “하루에 보통 8시간 운동했다. 주 2~3일은 밤에도 훈련했다. 너무 힘들어서 체중 관리가 저절로 됐다”고 했다.

그 결과 올림픽 시즌 그의 연기는 한층 풍성해졌다. 후반부에서도 힘이 떨어지지 않고 턴과 스텝을 소화했다. 쿼드러플(4회전) 살코·토루프 점프 완성도도 높였다. 그는 “쿼드러플 플립도 연습했는데 숙련되지 않아 뛰지 않기로 했다. ‘기술 피겨’가 유행이지만 유기적인 연기로 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그의 연기를 직접 본 오서 코치는 “이번 프로그램이 정말 딱 어울린다. 준비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차준환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15위)을 기록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선 시상대에 서고 싶어 한다. 그는 “평창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피겨에 애정이 더 생겼다. 이번 시즌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준다면 올림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웃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머리카락도 짧게 잘랐다. 여섯 살 때 과자 광고에서 덥수룩한 머리로 등장했던 차준환은 “이렇게 짧게 자른 건 처음이다. 올림픽까지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짧게 잘랐다”면서 “내가 봐도 어색하지만, 성숙한 느낌도 난다. 새로운 마음으로 올림픽까지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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