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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北피살 경위 밝혀라" 판결에 靑 항소…유족 "뭘 숨기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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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 연합뉴스

지난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지난달 "정부는 유족들에게 군사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이 모두 항소한 것으로 6일 파악됐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12일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해양경찰청장,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청와대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국가안보실 정보 중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연평도)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관련 정보, 해경이 비공개 결정한 수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판결했다.

다만 이씨가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한 '북한군 대화 감청 녹음파일'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의 분석을 목적으로 수집·작성된 정보"라는 이유에서 기각됐다. 이밖에 북한군이 동생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과 북한군이 동생을 발견한 좌표 등에 대해선 "국방부가 보유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며 각하했다.

그러나 유족 측에 따르면 청와대와 해경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해경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각각 제출했다. 양측 모두 항소 이유에 대해선 "추가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래진씨 "文 대통령 '항소 자제하라' 지시까지 했는데…참담한 심정"  

이에 대해 유족은 "단지 사망 경위를 알고 싶을 뿐인데 국가가 대체 무엇을 숨기려고 이러느냐"며 반발했다.

형 이씨는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정부가 재판에서 패소하면 항소를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시까지 했다"며 "법원이 공개하라는 정보들이 이미 국정감사 등에서 알려진 내용인데 그마저 정부가 숨기려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씨의 동생인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는 지난해 9월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실종됐다가 다음 날 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에 숨졌다. 국방부는 이후 'A씨가 자진 월북했고, 북측이 총격을 가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씨가 자진 월북할 이유가 없고, 사망 경위 역시 불확실하다"며 정부에 진상 규명과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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