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 논란으로 사퇴한 조동연(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 측이 5일 "성폭력으로 인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SNS에 "사실이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썼다가 삭제했다. 진 교수는 지금까지 조 전 위원장 혼외자 논란에 대해 "10년 전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그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를 비판해 온 바 있다.
앞서 민주당 선대위 법률지원단 부단장인 양태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 전 위원장은 2010년 8월 제3자의 끔찍한 성폭력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었지만 그 생명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있다. 조 전 위원장의 어린 자녀와 가족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바 부디 이들에 대한 보도와 비난은 멈추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사실이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라고 적었다. 이후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진 전 교수는 해당 게시글을 삭제한 뒤 "방금 올린 글 취소한다. 그 판단은 내가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주제를 넘었다"고 새 글을 올렸다.진 전 교수는 댓글로 "내가 엄마보다 아이의 미래를 더 걱정할 리는 없지 않냐"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앞서 4일 조 전 위원장을 두둔하는 권경애 변호사의 페이스북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 "다들 무슨 확신이 있는지 (조동연이) 남편을 속였다고 예단하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그 자체가 집단의 폭력이라는 생각을 왜 못하는지. 인간들, 징그럽다"고 적었다.
이어 "선대위는 선출직 공무원도, 임명직 공무원도 아니다"며 "나라의 녹을 먹는 자리도 아닌데 10년 전 사생활까지 검증한다는 게 황당하다. 다들 미쳤다"고 분노하며 조 전 위원장을 두둔해왔다.
또 지난 4일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이슬람국가처럼 무슨 동일한 모럴 코덱스(명예코드)를 공유한 도덕공동체도 아니고. 그냥 조동연의 부도덕을 비난할 사람은 하시고, 그를 비난하는 이들의 갑갑함과 잔인함을 비난할 사람은 하시면 될 일"이라며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사생활도 검증의 대상이 되지만, (프랑스 혁명의 세속주의의 영향인가?) 국가의 토대에 그런 종교적 배경을 허용하지 않는 유럽에선 남의 사생활엔 관심들 꺼주는 게 상식으로 통한다"라고 했다.
이어 "옛날 클린턴-르윈스키 사건 때 미국에서는 속옷에서 클린턴 체액을 검출하는 일에 수백억을 썼다. 당시 독일 보수당의 우두머리 콜 수상에게 기자가 이 소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Zum kotzen'(구역질난다)고 대답했던 게 기억난다"라며 "우린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는지라 이러쿵저러쿵 하는 거고. 근데 이런 논쟁도 사생결단 하듯이 하는 걸 보면 재미도 있고, 뭐 그런 상태"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박정희는 '허리 아래의 일은 문제 삼지 않는다'고 쿨한 태도를 취했다"면서도 "그 쿨함도 알고 보면 굳건한 남성연대. 여자들의 사생활에까지 쿨했던 것 같지 않고. 그런 의미에서 사생활 검증을 남녀에게 공히 적용하는 게 차라리 진보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공동체 대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인권의 제약 혹은 침해임에 분명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