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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용호의 시시각각

윤석열 후보, 김종인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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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용호 기자 중앙일보 편집국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4일 저녁 만찬을 하기 위해 서울시내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4일 저녁 만찬을 하기 위해 서울시내의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지난해 6월, 백종원 대권설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후보로 백종원씨 같은 분 어때요?”라고 한 한마디가 큰 파장을 낳은 거였다. 당시 이유가 궁금해 그를 직접 만나 물었는데 그 설명보다 다른 대답에 살짝 놀랐다. 현직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후보에 대한 평가였다. 야당 대표가 직접 언급하기 미묘한 사안이었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데 처신하는 걸 보니 든든한 데가 있다"고 했다. 윤 후보에 대한 첫 평가였다. 그가 대선주자 얘기를 할 때마다 여의도가 출렁이던 때라 파장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별의 순간이 왔다"(1월), "대단히 정무감각이 많은 사람"(3월), "처신을 매우 잘한다"(4월)는 김 위원장의 칭찬이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선대위의 '원톱'(총괄선대위원장)이 예약돼 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지난 6월 “대통령감인지 확신이 없다”는 발언이 나오며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것도 잠시, 김 위원장은 대선 경선을 며칠 앞두고 "내년 대선은 이재명과 윤석열의 경쟁이 될 것"이라며 공개 지지 의사를 표했다. 선대위 김종인 원톱은 시간문제였다.
 하지만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이 반대하는 '김병준 카드'를 꺼내들면서 둘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결국 벼랑 끝까지 갔다. '울산 회동'이란 드라마가 없었다면 둘 사이는 끝장날 수도 있었다. 지난 4일 저녁 김 위원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정권교체에 대한 주변의 절박함이 위원장 수락의 한 이유'라고 밝혔다.
 -왜 수락했나.
 "나는 처음부터 '별의 순간' 얘기를 했고, 경선에서도 도왔으니 반드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주변에서 정권교체 얘기를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정권교체를 하지못하면 나한테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될 것도 같았다."
 -선대위가 요구한 대로 되지 않았는데.
 "한 번은 여론이 출렁일 거라 생각했다. 그게 실제 나타나 버렸다. 이것저것 생각도 해봤는데 주변에서 자꾸들 (정권교체) 얘기가 많고 그래서…."
 -선대위 내부에서 갈등이 재현될 걸 우려하나.
 "그런 걱정은 안 한다. 하기로 했으면 방향대로 끌고 가면 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변신이 화제다.
 "변신의 귀재다. 그걸 잘 포착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위협적이라고 보진 않는다."
 '울산 회동'으로 파국을 막은 건 다행이지만 윤 후보는 지난 '한 달간의 난맥상'을 두고두고 새겨야 한다. 선대위 인사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올드보이'를 내세우고 '의리'를 생각하다 "청년·중도 확장 노선이 아니라 노령에 극보수로 간다"(하태경 의원)는 비판을 들었다. 이재명 후보가 여론의 향배에 맞춰 1호 공약까지 뒤집을 기세로 민심을 좇는 동안 윤 후보는 '주 52시간 철폐' 언급 등으로 중도의 시선만 싸늘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지율 하락에는 선뜻 힘을 모아주지 않은 김 위원장이나 '당무 보이콧' 이준석 대표에게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윤, ‘울산회동’으로 초보 우려 불식 #김, 결별 위기서 선대위 전격 합류 #또 갈등하면 ‘별의 순간’ 날아간다

 이제 남은 건 6일 선대위 출범과 함께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세 사람이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다. 그나마 야당의 희망이라면 울산 회동을 성사시킨 윤 후보의 정치력을 본 거였다. 제 소신만 고집할 스타일로 보였는데 몸을 낮출 줄도 알았다. '정치 초보'란 우려를 날릴 만한 나름 극적 행보였다. 분명 주변의 말을 경청할 줄 알기에 나온 결과라 의미가 있다. 이제 윤 후보는 중도를 잡는 방안, 대통령 윤석열의 비전을 보여주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거다. 측근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주변의 헤게모니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 후보는 자신의 길을 가고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제대로 일하게 하면 된다. 또 갈등하면 ‘별의 순간’은 날아간다. 지난 4일 부산 유세에서 윤 후보 스스로 "뛰라면 뛰고 가라면 가겠다"고 했다. 쉽지 않겠지만 선거 끝까지 견지할 만한 자세다. 논공행상은 대선 후에 해도 된다.

신용호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