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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청소년 강제 접종 정책” 학원 방역패스, 부모들 뿔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월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서 1,3학년 학생들이 거리두며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서울 송파구의 한 중학교에서 1,3학년 학생들이 거리두며 등교하고 있다. 뉴스1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한 코로나19 감염을 막고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 접종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일부 학부모는 청소년 접종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특히 학원과 독서실이 방역패스 시행 대상에 포함된 것에 민감해하고 있다. 학부모 A씨는 "집단 감염이 자주 발생하는 종교시설이나 백화점은 그대로 두고 학원에 방역 패스를 적용하는 건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 "학원·독서실에 청소년 방역패스 도입"

지난 5일 경기 수원 권선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경기 수원 권선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2~18세(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에 대해서도 내년 2월 1일부터 방역 패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방역패스는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제시하는 접종 완료 증명서다. 청소년 방역패스를 시행하면 접종을 마치지 않은 청소년은 시설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이날 발표한 방역패스 시행 대상에는 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학원과 독서실·스터디카페, 도서관 등이 포함됐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48시간 내에 발급받은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사실상 청소년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셈이다.

방역 당국은 청소년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소아·청소년의 코로나19 발생률은 성인보다 높았다. 18세 이하 청소년의 경우  10만명당 99.7명꼴로 감염됐지만, 성인은 76.9명에 그쳤다. 접종률이 낮은 청소년 사이에서 확산이 일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접종 완료율이 높아지면서 돌파 감염 사례도 나오지만, 백신 접종이 치명률을 낮추는 효과도 뚜렷하다. 지난달 8일 중대본은 확진자 26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0.6%로 0.12%인 접종 완료자보다 5배 높았다.

불안한 학부모..."기말고사 기간에 접종, 말도 안돼"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백신 부작용이 중장년층보다 청소년에게 더 크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은 낮은 청소년 접종완료율로 나타나고 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4일 자정 기준 12~17세 청소년의 접종 완료율은 27.9%에 그쳤다. 90%가 넘는 18세 이상 성인이 접종 완료율보다 훨씬 낮다.

접종 시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1·2차 접종 사이의 기간과 2차 접종 후 항체 형성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적어도 이달 중에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학부모 B씨는 "2월까지 접종을 완료하려면 이번 달 셋째 주까진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며 "기말고사 기간에 백신 접종을 하라는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를 방문, 방역 교육청·학교 관계자, 학부모와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를 방문, 방역 교육청·학교 관계자, 학부모와 현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거센 학부모 반발의 배경에는 자주 말을 뒤집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여러 차례 청소년 백신 접종은 자율 선택에 맡긴다고 밝혔다. 지난달 수도권 전면등교를 시행할 땐 학생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고 했지만, 몇 달 사이에 청소년 백신 정책이 뒤집힌 것이다.

교원단체·학원도 반발..."아이들에게 방역 떠넘겨"

5일 경기 수원 권선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입장 전 무인 온도측정 시스템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연합뉴스

5일 경기 수원 권선구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학생들이 입장 전 무인 온도측정 시스템으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정부가 백신의 안정성과 효과‧실익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적극 제공해 신뢰부터 얻는 게 중요하다”며 “학생 백신 접종은 권고하되 자율에 맡기는 원칙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원도 반발하고 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많은 학원이 아직 내년 2월 비대면 수업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학원에 청소년 방역패스를 도입하는 건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제적 여유가 있고,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가정은 개인 과외로 전환해 위화감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청장은 "학교는 전면 등교를 하는 상황에서 학원만 이용을 제한하는 건 논리적이지 않은 조치"라며 "학원에 방역패스를 적용해서 사실상 접종을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소년 접종이 방역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방역의 부담을 떠넘기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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