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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편하면 그만이지"...보행자 위협하는 '표지판 무시족'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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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전문기자의 촉: 표지판 무시족

표지판을 무시한 자전거가 보행자 사이를 헤치고 빠른 속도로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 [강갑생 기자]

표지판을 무시한 자전거가 보행자 사이를 헤치고 빠른 속도로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 [강갑생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원효로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을 걷다 보면 서강대역(경의중앙선)과 '경의선 책거리'를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나타납니다.

 이 다리 양쪽 입구에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세요'란 문구가 적힌 작지 않은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또 한쪽에는 같은 내용을 담은 커다란 플래카드도 붙어 있습니다.

 경의선 숲길이 산책로로도 각광받다보니 이곳을 찾는 보행자가 많아 안전사고를 우려한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구름다리 위에는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유모차도 종종 눈에 띕니다.

 일반자전거나 전기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달리다 자칫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표지판을 따르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전거를 멈추기는커녕 중간이 불쑥 솟아오른 다리를 건너기 위해 더 속도를 내기 일쑤입니다.

경의선 숲길 구름다리에 설치된 플래카드. [강갑생 기자]

경의선 숲길 구름다리에 설치된 플래카드. [강갑생 기자]

 다리 주변과 입구에 표지판, 플래카드가 곳곳에 설치된 상황에서 "미처 못 봤다"고 핑계를 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못 봤다기보다는 보고도 못 본 체 무시한 게 대부분일 겁니다.

 자전거를 내려서 끌고 가자니 불편하고, 힘이 들 테니 모른 척한 것 아닌가 싶은데요. 그야말로 "다른 사람이야 불편하든 말든 나만 편하면 그만이지"라는 이기적 행위입니다.

 구름다리에서 멀지 않은 경의선 책거리에도 '자전거를 끌고 가라'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있습니다. 책을 소개하는 여러 전시물과 보행자가 뒤섞여 복잡한 상황에서 자전거까지 보태지면 위험하기 때문인데요.

 이곳 역시 자전거를 끌고 가는 모습을 찾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나만 편하자고 표지판을 무시해 보행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앙일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앙일보]

 거리 흡연도 마찬가지인데요. 아무 곳에서나 흡연하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길을 걷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금연구역' 표지판이 있는 곳에서도 여럿이 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데요.

 보행자로서는 싫은 담배 냄새를 억지로 맡아야 하는 데다 흡연자들이 마구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지저분해진 거리를 헤치고 지나가야만 해 불편이 작지 않습니다.

 주말에 오토바이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진입을 막는 거리가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앞의 연세로가 대표적인데요. 이 도로의 양 끝에는 승용차와 화물차, 오토바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진입금지' 표지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연세로 입구에 세워진 진입금지 표지판. [강갑생 기자]

연세로 입구에 세워진 진입금지 표지판. [강갑생 기자]

 하지만 이곳에서도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멋대로입니다. 주로 배달 오토바이들이 규정을 위반해 연세로를 질주하며 보행자들에게 위협감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단속의 손길은 거의 미치지 않습니다.

 보행은 가장 기본적이자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입니다. 다양한 탈 거리가 즐비한 현대사회에서도 보행은 그 중요성이 작지 않은데요. 그래서 공원이나 거리에 설치된 표지판 중에는 안전한 보행을 지원하기 위한 내용이 많습니다.

 그러나 나만 편하자는 생각에 이러한 표지판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보행자는 불편하고 또 위험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 자동차에서 내리면 자신도 곧바로 보행자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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