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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통일에 진심인 시진핑…금문도까지 해상교량 '대못' 박기

중앙일보

입력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와 4개 섬을 연결한 핑탄해협대교. [바이두 캡쳐]

중국 푸젠성 푸저우시와 4개 섬을 연결한 핑탄해협대교. [바이두 캡쳐]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발전을 위한 새 길을 탐색하라.”

지난 3월 푸젠성(福建省)을 찾았을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 말이다. 중국 동남부에 위치한 푸젠성은 본토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성이다. 지난달 25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푸젠성과 대만을 잇는 ‘해협대교’ 사업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 푸젠성 푸저우시(福州市)에서 핑탄까지 4개의 섬을 연결한 16.32㎞의 고속도로와 철도교량 계획이다. 앞서 지난 8월 푸젠성 핑탄다오(平潭島)에 30억위안(약 5400억원)을 투입하는 공항 건설 계획을 밝힌 데 이어서다. 시 주석이 말한 ‘새 길’이 하늘로, 바다로 계속 뚫리고 있는 셈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절대 불가침’ 영역이다. 대만도 중국 영토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하지 않는 사안이다. 반면 전략적 요충지인 대만을 사수하려는 미국 역시 ‘현 상태 변경’을 용납치 않겠다는 경고음을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을 향해 “불장난하면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는 격앙된 발언을 쏟아내면서 동시에 내부로는 통일의 당위성과 흡수 정책을 선전한다.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양안간 교통망 구축이다.

지난달 25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이 본토와 대만을 연결하는 ‘해협대로’ 사업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 [CCTV 캡쳐]

지난달 25일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이 본토와 대만을 연결하는 ‘해협대로’ 사업에 대해 공식 언급했다. [CCTV 캡쳐]

이번에 언급한 핑탄(平潭) 해협대교는 사실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니다. 2013년 시 주석 취임과 함께 공사가 시작됐다. 양방향 6차선 도로와 그 아래 시속 200㎞의 복선 철도가 다닐 수 있도록 설계돼 지난해 12월 말 공사가 마무리됐다. 그런데 주펑롄(朱鳳蓮) 대변인은 이날 “핑탄해협대교가 전구간 통행을 시작했다”며“양안 간에는 도로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새삼 강조했다. “양안 간에 기반 시설 연결은 시진핑 주석의 중대한 주장”이라며 “양안 융합 발전에 필수적이고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서방이 어떻게 압박하든 중국과 대만을 ‘잇는’ 계획은 착착 진행 중이란 걸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셈이다.

핑탄은 푸젠성에서 해협을 건너 대만까지 직선거리로 최단 거리에 위치해 있는 섬이다. 한국 거문도의 70% 면적으로 중국 본토에서 5번째, 푸젠성에서 가장 큰 섬이다. 자유무역구, 관광특구로 개발돼 왔다. 푸젠성과 핑탄을 잇고 나면 남는 것은 핑탄과 대만을 잇는 일이 된다. ‘통일’을 대비하는 교통망 포석이다.

핑탄해협대교는 푸젠성 푸저우시에서 4개의 섬을 연결한 16.32km의 고속도로와 철도교량이다. [바이두 캡쳐]

핑탄해협대교는 푸젠성 푸저우시에서 4개의 섬을 연결한 16.32km의 고속도로와 철도교량이다. [바이두 캡쳐]

중국 매체들은 핑탄 대교의 건설이 대만 해협을 가로지르는 교량 건설의 시작이라고 선전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핑탄은 대만을 잇는 125㎞ 최단 거리의 중국 영토로, 핑탄대교의 완공에 중국과 대만을 연결하려는 14억 중국민의 희망이 담겼다”고 전했다. 해협의 심한 파도와 강력한 바람을 극복한 기술의 힘은 대만해협을 잇는 교량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도 자평했다. 이미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국가 종합 3차원 교통 네트워크 계획’에는 2035년까지 ‘푸저우-타이베이’를 잇는 고속철을 건설한다는 계획이 반영된 상태다.

중국은 핑탄에서 대만 북부, 마주섬에서 대만 중부, 금문도에서 대만 남부를 잇는 3개의 대만 해협 대교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바이두 캡쳐]

중국은 핑탄에서 대만 북부, 마주섬에서 대만 중부, 금문도에서 대만 남부를 잇는 3개의 대만 해협 대교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바이두 캡쳐]

이뿐만 아니다. 주 대변인은 “진먼도(金門島, 금문도)와 마주도(馬祖島)를 잇는 대교에 대한 기초 설계가 마무리됐다”며 이를 처음 공식화했다. 진먼도와 마주도는 모두 중국 본토에 붙어 있지만 모두 대만에 속한 땅이다.

특히 진먼도는 샤먼시(夏門市)에서 불과 5㎞ 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마주도 역시 푸저우에서 20㎞ 거리에 위치에 있다. 기초 설계를 완성했다 해도 대만이 공사를 용인하지 않으면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영 글로벌타임스 역시 대만판공실의 발표를 전하며 “대만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해 협의한 바는 없다”고 보도했다.

기초 설계가 마무리 된 샤먼시와 금문교를 잇는 샤진교. [환구시보 캡쳐]

기초 설계가 마무리 된 샤먼시와 금문교를 잇는 샤진교. [환구시보 캡쳐]

그럼에도 이런 상황을 공식 발표하는 건 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통일 여론을 고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칭화대 대만연구소 우용핑(巫永平) 박사는 “이같은 프로젝트는 양안 통일의 연결 고리인 동시에 중국의 부상을 상징한다”며 “다리가 연결되면 양안 공동 이익 형성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표에 맞춰 ‘가자 2035 대만’이란 노래가 제작돼 학교에 전파되기도 했다.

민진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대만 기업의 본토 공장에 4억 7000만 위안(약 88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지난달 방공식별구역을 159차례 침범하며 대만을 위협한 중국, 하지만 동시에 해협 대교 프로젝트와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며 중국의 대만 통일 움직임은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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