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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가 쏘아올린 새 교육과정, 설거지는 다음 정부 몫[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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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2022 교육과정 총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등학교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학창 시절에 뭘 배웠느냐에 따라 '연식'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2002년 이전에 고교를 다닌 분들은 '교련'이란 과목을 필수로 배웠겠지만 이후에는 선택과목이 돼서 거의 배워본 경우가 없을 겁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아예 교련 과목이 사라졌죠. 또 예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는 문과라도 사회탐구, 과학탐구를 모두 봐야했지만, 2002년 고교 입학생부터는 문과 학생이 과탐을 공부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교육과정 개정입니다. 학교 교육에서는 헌법과 같다 해도 과언이 아닌 교육과정은 과목과 수업, 수능, 입시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정부는 내년에 고시하는 '2022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행 2015 교육과정 이후 7년만에 학교 교육이 크게 바뀌게 됩니다.

고교학점제 도입, 국영수 등 수업시간 줄인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줄어드는 수업량. 교육부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줄어드는 수업량. 교육부

교육부는 지난달 24일, 새 교육과정의 뼈대인 '2022 교육과정 총론(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부터, 2025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됩니다.

개정때마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입과 맞물려있는 고등학교입니다. 이번 새 교육과정에서도 고교에 관한 내용이 가장 핵심적이고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바로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를 위한 설계도인 셈이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내놓은 총론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면서 2025년부터 고교에서는 50분짜리 수업 16회를 1학점으로 정하고 3년간 총 192학점(2560시간)을 이수하게 됩니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지금(204단위·2890시간)보다 330시간 정도 수업을 덜 하는 셈입니다. 교육부는 '수업량 적정화'를 이유로 내세웠습니다.

국영수 등 소위 '주요과목' 시간도 줄어듭니다. 국어, 수학, 영어 필수이수학점을 10단위에서 8학점으로 줄입니다. 최대 이수학점 제한도 84단위에서 81학점으로 조정됩니다. 학점제를 시행하는 만큼 국영수 외에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뼈대만 만들고 뒷수습은 다음 정부 떠넘기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들이 11월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교학점제 도입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들이 11월 1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교학점제 도입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과정에서 군소 과목으로 밀려나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매번 개정때마다 각 과목의 교수, 학회, 교사단체 등은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입니다. 고교학점제라는 커다란 변화를 앞둔 지금도 뭐가 필수과목이 되고 뭐가 선택과목이 되느냐를 두고 소모적 논쟁이 이어질 것입니다. 한국사회과교육학회는 30일 성명을 내고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도 교과 이기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정작 학교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학점제 취지대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선택에 따라 운영할 수 있는지. 입시는 어떻게 바뀌는지. 국영수 수업 시간을 줄인다는데, 대학 입시를 위해 별도 수업을 해야하는 건지, 학원에 가라해야 하는 것인지. 새 교육과정을 앞둔 학교의 고민이 적지 않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들이 11월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 기자회견'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고교학점제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들이 11월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입제도 개편과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 기자회견'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현 정부가 이상을 담은 교육과정 총론을 내놨지만, 최종 확정이 내년 하반기라 다음 정부가 뒷수습을 맡아야 합니다. 새 교육과정에 따른 입시 제도 개편부터 학교의 혼란을 다스릴 대책까지 모두 다음 정부의 몫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고교학점제가 제시될 때부터 현장에 정착시킬 대책과 입시 제도 개편 방향이 뭐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정부는 의견을 수렴하겠다,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방향도 내놓지 못한채 다음 대선이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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