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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쇼핑백, 3만원에 되팔린다…못말리는 '명품 사랑'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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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 캡처

명품을 살 때 공짜로 나눠주는 쇼핑백을 수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매장에서 받을 때는 공짜지만 온라인에서는 5000원 이상 가격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4일 현재 당근마켓, 중고나라, 네이버쇼핑 등 각종 판매 플랫폼에서는 '명품 쇼핑백'을 판매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샤넬의 상징인 카멜리아(동백꽃) 장식물이 달린 쇼핑백은 소형부터 대형까지 약 1만 5000~3만원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샤넬 옷걸이와 슈트커버도 5만원 이상에 거래 중이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명품 쇼핑백을 PVC(폴리염화비닐 수지)로 감싼 DIY(do it yourself) 제품이 유행했는데, 이런 유행을 반영한 현상으로 보인다.

쿠팡 캡처

쿠팡 캡처

쿠팡 등 쇼핑몰에서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구찌, 디올 등 명품 브랜드의 다양한 쇼핑백 사이즈에 맞는 PVC백 제작 키트를 팔고 있으며, 아예 PVC 처리를 한 완성품 백도 활발하게 팔리고 있다. 명품백을 살 수는 없지만, 명품 로고가 새겨진 쇼핑백만으로도 마치 명품백을 산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포털사이트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 중인 명품 쇼핑백 DIY 키트. [자료 네이버 '명품 쇼핑백 리폼' 검색 화면 캡처]

포털사이트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 중인 명품 쇼핑백 DIY 키트. [자료 네이버 '명품 쇼핑백 리폼' 검색 화면 캡처]

이 같은 수요 때문에 샤넬 디올 등 인기 명품은 최근 매장에서 구매 제품당 종이 쇼핑백을 1개씩만 지급하기로 했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워낙 제품 판매가 많아 제품을 담아주는 쇼핑백이나 박스 등의 물량이 달린다”며 “포장 박스의 경우 가방과 같이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만 받을 수 있으며 카멜리아 장식품도 제한적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명품 매장에서 스카프와 같은 비교적 저가의 제품을 구매한 뒤 명품 로고가 달린 제품 케이스 등을 여러 개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다음 날인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시민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 다음 날인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시민들이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 (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은 과거 언론인터뷰에서 이처럼 명품 쇼핑백을 소비하는 현상에 대해 "이른바 '짝퉁' 가방을 구매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허례허식"이라며 "명품이 갖는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명성을 갖고자 하는 허영심과 과시욕 등의 사회심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류사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절망과 설움 등에 대한 돌파구로 이해할 수 있다"며 "명품 쇼핑백의 구매로 이들이 가진 사회에 대한 불만을 해소한다면 건전한 해소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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