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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리뷰] 종이는 플라스틱보다 강하다

중앙일보

입력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민지리뷰는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금요일 뉴스레터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45g의 종이가 5kg의 무게도 거뜬히 견뎌 낸다면 이것은 마법일까. 아니 이것은 기술이다! 숙련된 기술자가 100% 재생 종이를 가지고 ‘폴딩 테크닉’ 기법으로 접어 만든 노트북 거치대 지플로우 이야기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티스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이 노트북 거치대는 업사이클링 제품이자, 기능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매력적인 제품이다. 무엇보다 종이가 주는 따뜻한 감성이 담겨 있어 내가 아끼는 아이템이다. 플라스틱과 완전히 결별할 수 없는 시대 하나라도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면 나는, 우리는 그것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가격, 편의성, 디자인 등 어느 것하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종이로 되었다는 점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사진 지플로우]

가격, 편의성, 디자인 등 어느 것하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종이로 되었다는 점에서 이 제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사진 지플로우]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요.

소개하려는 제품은 그레이프랩에서 만든 ‘지플로우(g-flow)’, 노트북 거치대입니다. 지플로우는 100% 재생 종이만을 사용해 만든 친환경 노트북 거치대에요. 종이 한 장의 무게인 45g! 수많은 노트북 거치대 중 이보다 더 가벼운 제품은 단언컨대 없어요. 가격은 1만9000원입니다. 그래이프랩의 온라인 스토어뿐만 아니라 슈퍼스티치 등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그레이프랩 #지플로우

엄청 가볍네요. 관심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난해 한창 출판사와 씨름하며 『십분의 일을 냅니다』란 책을 쓸 당시, 담당 에디터로부터 종이로 만든 북스탠드를 하나 선물 받았어요. 그레이프랩에서 만든 ‘멀티 거치대’란 제품이었죠. 디자인이 예쁘고 독특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그 때는 자주 사용하진 않았어요. 당시 책을 많이 안 읽은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독서를 할 때 북스탠드를 자주 쓰지는 않잖아요. 하하.
그래도 기업과 제품 스토리에 호기심을 갖게 된 첫 제품이었어요. 이후 잘못된 자세로 거북목이 되어가더군요. ‘노트북 거치대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그레이프랩에서 지플로우를 만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이프랩이란 회사에서 만든 친환경 노트북 거치대 지플로우. 100% 재생지를 가지고, 발당장애를 가진 아티스트가 손수 접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무게는 종이 한 장의 무게인 45g밖에 되지 않는다. [사진 지플로우]

그래이프랩이란 회사에서 만든 친환경 노트북 거치대 지플로우. 100% 재생지를 가지고, 발당장애를 가진 아티스트가 손수 접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무게는 종이 한 장의 무게인 45g밖에 되지 않는다. [사진 지플로우]

리뷰하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람이 어떤 세계관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도 다 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나와 같이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더더욱 그래요. 그레이프랩의 제품을 몇 가지 쓰다 보니 다들 이 제품을 알겠거니 했어요. 평소 집에서만 쓰다가 다니던 회사에 지플로우를 가져갔는데, 그때마다 동료들이 와서 호기심을 가지고 어디 제품인지 묻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몇 명이 묻고, 한두 명이 실제 구매를 했어요. 결국 절반 정도의 직원이 지플로우를 쓰게 됐습니다. 좋은 제품을 같이 쓰게 되니 뿌듯한 마음이 들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아직 모르시는 사람이 많겠구나 싶었어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리뷰하게 되었습니다.

이 제품의 어떤 가치에 주목하셨나요.

종이가 주는 느낌을 아주 좋아합니다. 종이 자체가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글을 쓸 때도 펜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쓸 때 참 좋아요. 물론 제가 김훈 선생님 정도 연배나 급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긴 글을 써야 할 때는 당연히 컴퓨터의 힘을 빌리고 있지만요. 어쩌면 그래서 노트북 거치대는 종이로 만든 것을 골랐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가 플라스틱과 완전히 결별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대체가 가능한 제품이 있다면 그 제품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특별히 종이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나는 종이 같은 건 꼴도 보기 싫어!’라고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테니까요.

멀티거치대 안에는 이런 종이 바가 들어있다. 책장이 넘어가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작고 가벼운 종이 바인데 올려두는 것과 두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다. [사진 지플로우]

멀티거치대 안에는 이런 종이 바가 들어있다. 책장이 넘어가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작고 가벼운 종이 바인데 올려두는 것과 두지 않는 것의 차이가 있다. [사진 지플로우]

이것과 같은 품목의 제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가격, 편의성, 디자인 전부 다 중요한데 지플로우는 그 세 가지를 전부 충족하는 제품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이 제품을 선택했던 결정적인 이유를 꼽자면 종이로 디자인되었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노트북 거치대는 정말 많아요. 종이로 된 건 이거 하나뿐이고요. 종이는 손쉽게 바스러지고 구겨지고 찢어지는 약한 존재인데 왜 굳이 종이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여기서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이에요.

종이요? 만족도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종이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역시 내구성이 약할 것이다’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어요. 당연히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겠죠. 하지만 그래서 노트북 거치대로서 내구성이 별로냐, 했을 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설명서에는 5kg까지 거치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재보진 않았지만 그 이상 무게도 버틸 것 같은 튼튼함이 느껴져요. 그리고 요즘 노트북들이 무겁지 않아 웬만한 제품들은 다 커버할 수 있어요. 친구들에게 가끔 이런 설명하면 악마 같은 몇몇은 힘을 줘서 눌러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도 잘 버티라고요. 그래서 사용 후 내가 느끼는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점이에요!

지플로우 노트북 거치대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멀티거치대는 책을 읽을 때 북 스탠드로 사용할 수 있다. 북 스탠드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책상의 물건을 정리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여러 방도로 쓸 수 있어 ‘멀티’란 이름을 붙였다. [사진 이현우]

지플로우 노트북 거치대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 멀티거치대는 책을 읽을 때 북 스탠드로 사용할 수 있다. 북 스탠드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책상의 물건을 정리하는 데도 쓸 수 있다. 여러 방도로 쓸 수 있어 ‘멀티’란 이름을 붙였다. [사진 이현우]

노트북 거치대의 케이스에 숨겨진 기능은 작은 홈에서 찾을 수 있다. 휴대폰을 거치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가 앙증맞다. [사진 이현우]

노트북 거치대의 케이스에 숨겨진 기능은 작은 홈에서 찾을 수 있다. 휴대폰을 거치할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가 앙증맞다. [사진 이현우]

만족도가 상당히 높네요. 어떤 부분이 좋으셨어요.

지플로우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풀면 사실 그것만으로도 리뷰를 모두 채울 수 있을 거예요. 지플로우 한 제품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우선 100% 재생지를 사용한 업사이클링,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이 그래요. 그리고 이 제품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티스트가 만든다는 점도 신선합니다. ‘폴딩 테크닉’이라는 그레이프랩만의 독특한 기술로 평면의 종이를 하나의 거치대로 만들어내는 것도 경이롭고 멋지죠. 국내 60~80년대 건설사 스토리를 다룬 ‘영웅시대’란 드라마에서 ‘건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사회기반시설이 모두 갖춰진 2021년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건 바로 이런 제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레이프랩이란 회사도 궁금해지네요.

그레이프랩은 친환경 기업이자 사회적 기업입니다. 내가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자신들이 어떤 회사인지를 직접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이프랩을 소개하는 기사에는 많지만 정작 그레이프랩의 홈페이지에는 ‘환경과 사회 문제를 디자인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라고만 짧게 언급하고 있어요. 어디에도 사회적 기업 같은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경제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사회적 경제’나 ‘사회적 기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찌보면 기업이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기업으로서 당연한 책임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플로우는 단순히 노트북 거치대를 뛰어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플로우 제품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티스트가 만든다. ‘폴딩 테크닉’이란 그레이프랩만의 독특한 기술로 평면의 종이를 가지고 플라스틱만큼 튼튼한 거치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경이롭다. [사진 지플로우]

지플로우 제품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티스트가 만든다. ‘폴딩 테크닉’이란 그레이프랩만의 독특한 기술로 평면의 종이를 가지고 플라스틱만큼 튼튼한 거치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경이롭다. [사진 지플로우]

100% 재생용지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래이프랩 마크. [사진 이현우]

100% 재생용지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그래이프랩 마크. [사진 이현우]

가격은 어떤가요.

온라인상에서 ‘노트북 거치대’를 한번 검색해보세요. 저도 지금 다시 검색해보니, 평균 1만5000원에서 3만원대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거의 비슷비슷하죠. 지플로우는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만원 내외에서 선택할 수 있어요. 이 가격대의 이 퀄리티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부담스럽지 않고 적당한 가격입니다.

직접 사용해보니 잘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팁이 있을까요.

지플로우 케이스에는 작은 홈이 있어요. 이 작은 홈에도 다 쓸모가 있어요. 케이스를 세운 다음, 그 홈에 핸드폰을 거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거죠. 그런데 이 기능을 활용하지 않거나 몰라서 못 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렇게 세워두고 쓰면 굉장히 편합니다. 이렇게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디자인, 케이스에도 쓸모를 부여하는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작은 배려가 숨어 있습니다.

올 여름 출시한 그레이프랩의 신제품이자 와디즈 펀딩으로 선보였던 지플로우의 스톤 제품. 돌로 만든 제품이어서 더 견고하다. [사진 이현우]

올 여름 출시한 그레이프랩의 신제품이자 와디즈 펀딩으로 선보였던 지플로우의 스톤 제품. 돌로 만든 제품이어서 더 견고하다. [사진 이현우]

누구에게 써보라고 하고 싶으세요.

내가 노트북 거치대를 찾게 된 건 정말 필요했기 때문이에요. 자세가 좋지 않은데 노트북을 자주 사용하니 시선이 아래로 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목도 점점 거북목이 되어 이대로 더 있다간 목이 앞으로 나와서 부러질 수도 있을 것만 같았어요. 지금도 리뷰를 쓰느라 1시간째 자판을 두들기고 있어서 상당히 힘들지만 전에 비하면 한결 나아졌어요. 노트북 거치대가 없는 사람, 그런데 조금 특별한 ‘나만의 노트북 거치대’를 갖고 싶다면 지플로우를 추천합니다. 빨리 구매하지 않으면 ‘모두의 거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거치대를 휴대하고 다닐 때 가방이 무거워지는 걸 끔찍하게 싫어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겨우 45g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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