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동기 불러모은 남자...BMW 해체해 땅에 파묻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12.04 08:00

업데이트 2021.12.04 14:31

[요지경 보험사기] 

절도와 강도 등 각종 범죄로 오랜 기간 교도소 생활을 해온 A(57)씨는 출소 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BMW760와 벤츠S600 등 고가의 차량을 산 뒤 보험사기에 사용했다. 옥살이를 같이했던 청송교도소 동기들과 차량 도난 자작극을 벌여 보험금을 타냈다. 도난 신고한 차량은 자신이 소유한 농장 내 비닐하우스에서 분해해 땅에 묻는 수법을 사용했다.

차량을 감쪽같이 없앤 덕에 성공을 거뒀던 A씨의 보험사기 행각은 교도소 동기의 배신으로 꼬리가 잡혔다.

A씨는 교도소 동기들과 수입차량을 이용한 도난자작극을 벌여 보험금을 타내다 교도소 동기의 배신으로 보험사기가 적발된다.셔터스톡

A씨는 교도소 동기들과 수입차량을 이용한 도난자작극을 벌여 보험금을 타내다 교도소 동기의 배신으로 보험사기가 적발된다.셔터스톡

A씨의 보험사기는 2016년 7월 시작됐다. 중고 체어맨 승용차를 1200만원에 산 그는 한 달 뒤 차량을 도난당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와 경찰에는 교도소 동기인 B씨가 딸을 보러간다고 해서 차량을 빌려줬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도난당했다던 체어맨 차량을 훔친 건 A씨 자신이었다. B씨에게 차를 빌려준 뒤 예비열쇠를 이용해 B씨가 주차한 차를 움친 뒤 자신의 농장에 숨겨두고, 보험사에서 도난보험금으로 2393만원을 받았다. 한달만에 차값을 빼고 10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A씨는 1년이 지난 뒤 해당 차량을 분해해 비닐하우스에 파묻었다.

범죄 행각은 더 진화했다. 이듬해 3월 A씨는 내연녀 명의로 중고 BMW760 차량을 4000만원에 구매했다. 다른 교도소 동기에게 대리운전 보험에 가입하게 한 뒤 차량을 벽에 박은 뒤 보험금 2000여만원을 타냈다. 그리고 그 해 8월 A씨는 이 차량의 번호판만 떼낸 뒤 차량은 해체해 비닐하우스에 묻었다.

그리고 해당 차량의 도난사고를 위장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교도소 동기 2명에게 BMW760차량을 렌트하게 한 뒤, 일단 렌트한 차량에 A씨가 해체해 땅에 뭍은 차량에서 떼어낸 번호판을 바꿔달았다. 번호판을 바꿔단 렌트카 차를 가지고 A가 인근 식당을 찾았고, 교도소 동기들이 이 차를 몰고 가 렌트카 차의 원래 번호판으로 교체해 단 뒤 렌트가 업체에 반납했다.

정황상 A씨의 BMW760 차량이 감쪽같이 사라진 셈이다. 차량 도난 신고를 한 A씨는 차값 3344만원과 도난보험금 5404만원 등 총 8749만원을 보험사로부터 받았다.

A씨는 중고로 BMW 등 고가의 수입차를 저렴하게 구입한 후 해당 차량을 도난당했다며 도난보험금을 받아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사진은 BMW 뉴 5시리즈. 사진 BMW

A씨는 중고로 BMW 등 고가의 수입차를 저렴하게 구입한 후 해당 차량을 도난당했다며 도난보험금을 받아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사진은 BMW 뉴 5시리즈. 사진 BMW

A씨의 보험사기는 B씨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덜미가 잡혔다. B씨는 2017년 2월 A씨의 영농조합 명의의 벤츠 S600 차량을 몰고 가다 전남 함평군의 다리 교각을 들이받고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A씨와 B씨는 이 사고로 자차수리비와 치료비 등 명목으로 1억7596만원을 받았다. B씨는 이후 하반신 마비의 중증 후유장해를 입었다며 보험금 6억3594만원을 청구했다.

과다청구를 의심한 보험사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이 조사를 하는 사이 이들 일당과 교도소 생활을 함께한 제보자가 보험사를 찾았다. 해당 제보자가 제공한 USB에는 A씨와 B씨의 보험사기 공모 정황은 담긴 녹취록과 A씨가 도난당했다며 신고해 보험금을 받았던 차량을 직접 분해하는 사진 등이 담겨 있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부인이 모아놓은 7000만원을 탕진한 B씨가 A씨에게 “차량 도난 보상을 받아도 차는 처분해야 하니, 차라리 내가 차를 몰고 가서 사고를 내고 죽어서 가족에게 보험금을 주겠다”며 “너도 차량 파손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B씨는 실제로 죽을 목적으로 차량을 몰고 다리 밑으로 떨어졌는데, 고가의 차량이다보니 골절상을 입는 정도에 그쳐 원래 뜻은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보험사기 적발금액 및 인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녹취록에는 B씨가 후유장해 등급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 수법도 담겨 있었다. B씨는 후유장해 등급이 낮게 나오자 병원을 옮겨 석 달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다 다리 근육이 줄어들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게 된다. 녹취록에는 “서울의 병원 의사에게 300만원 짜리 밍크코트를 사주고 후유장해 등급을 높게 받았다” 등의 내용도 담겼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A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적인 것이고 차량을 해체해 버릴 정도로 수법 역시 대담한데다 피해액은 크고 피해가 회복된 바는 없는 점 등을 비춰 볼 때 그 형을 가볍게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죄질이 극히 좋지 않아 1심 재판부의 선고형은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B씨의 보험사기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결정이 난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는 녹취록 등이 있는 만큼 민사 소송을 통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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