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랑해" 악마의 속삭임…친구 미성년 딸 간음한 그놈

중앙일보

입력 2021.12.04 05:00

성범죄 일러스트. 중앙포토

성범죄 일러스트. 중앙포토

“저를 보고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얘기하니까 사랑하면 그런 행위를 하나보다 생각했어요.”

아버지의 친구에게 6개월에 걸쳐 ‘그루밍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 A양(16)의 말이다. 그루밍 성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사건추적]

A양은 부모의 동의를 받고 나온 인터뷰 자리에서 “그동안 제게 있었던 일을 직접 만나서 설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가해자인 40대 남성 B씨는 미성년자 간음(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과 성착취물제작 혐의로 지난 1일 수원지검으로 구속 송치됐다.

피해 당시 15살…“어떤 행위인지 몰랐다”

A양에 따르면 B씨는 아버지의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다. A양의 부모는 친구인 B씨의 개인 사정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숙식하게 해줬다고 한다. A양은 “(B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이후 A양과 B씨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한다. A양은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약 6개월간 B씨의 시도로 성관계를 맺었고 그때는 그게 어떤 행위인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하면 그런 건가 보다 했다”며 “B씨는 제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양은 “행위가 이뤄질 당시에는 몰랐는데, 상담을 받으면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무섭고 수치스러웠다”고 말했다. 올해 초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경찰은 A양에게 해바라기 센터(성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를 연계해줬다고 한다. A양은 “센터에서 상담을 꾸준히 받았다”며 “그곳에서 (B씨의 행위가) 그루밍 성폭행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어른이 ‘B가 너를 도와주려고 한 거였든 뭐든 (B가) 잘못한 거다’고 입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B씨 아내 “남편이 그랬을 리 없다”

A양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B씨의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이 통화에서 B씨의 아내는 A양에게 “합의금 뜯어내려고 그러는 거잖아”,“네가 내 남편한테 돈 달라고 한 내용 다 있는데 그거 너한테 불리한 거 알아?”,“내 가정을 파탄 낸 주범이 너니까 난 너를 고소할 거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양은 “집안 사정으로 부모님께 용돈을 못 받을 때 B씨가 대신 용돈을 주기도 했다”고 했다.

B씨 부부는 B씨의 혐의를 부인하며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던 지난 4월 A양의 부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에 A양의 부모는 지난달 B씨 측을 모욕죄로 고소했다.

B씨의 아내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억울하다”면서 “남편에게 속고 있는 걸 수도 있지만, 제가 아는 남편은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A양의 부모가 딸을 이용해 돈을 받아내기 위해 그런 것 같다.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 후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했다고 볼 수 없어”

한편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또래인 척 속여 미성년자를 간음한 3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이 나온 지 5년 만에 사건을 유죄 취지로 광주고법에 되돌려보냈다. 미성년자가 동의해 성관계를 가졌더라도 그 과정에 성인의 거짓말이 작용했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처벌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당시 대법원은 “겉으로 보기엔 스스로 성적 결정을 했더라도 속았거나 왜곡된 신뢰관계에 의한 것이라면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위계에 의한 간음을 판단할 때 구체적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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