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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명 확진 실버타운 “좀비타운 된 것 같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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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호 01면

3일 서울 대방동의 한 음식점 주인이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조치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확진자 급증과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감염자 발생 등에 대응해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역 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대방동의 한 음식점 주인이 강화된 코로나19 방역 조치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확진자 급증과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감염자 발생 등에 대응해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역 조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실버타운이 ‘좀비타운’ 같아졌어요.”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A 실버타운 주민의 하소연이다. 이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A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주민 B씨(66)는 “집단 확진이 발생하면서 재택치료로 알아서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민 간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며 “도시락 등 음식을 받을 때만 줄 서서 기다리고 외출을 아무도 안 하다 보니 이동하는 사람이 없어 아파트가 ‘좀비타운’이 된 것처럼 황량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기준 A 실버타운에서 66명의 주민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재택치료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방침’에 따라 집에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 평균 76세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A 실버타운은 걱정에 빠졌다. 실버타운의 특성상 홀로 사는 고령의 1인 가구가 많아 재택치료가 어렵고,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 배우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사례가 발생해서다. 이곳은 첫 확진자가 지난달 19~20일 단지 내 공용 목욕탕을 이용한 뒤, 코로나19가 주민들 사이에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 목욕탕에 다녀간 228명의 주민은 능동감시자가 됐고, 이 가운데 60명 넘는 주민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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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3일 0시 기준 재택치료 확진자는 1만2396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 방침’은 확진자가 70세 미만이고, 확진 증상이 무증상·경증인 경우다. 하지만 이 실버타운에선 해당 가이드라인이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곳의 주민들은 70세 이상이라 하더라도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례가 드물었다고 한다. 실버타운에서 홀로 지내는 일부 노인은 거동이 불편한데도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A 실버타운 주민들이 “사실상 방치”라는 지적을 쏟아내는 이유다.

주민 B씨는 첫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고, 지난달 23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시작했다.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집 안 동선도 최대한 겹치지 않게끔 했고 화장실도 2개를 각자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얼마 후 B씨의 부인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화장실 따로 쓰기는 물론 모든 방법을 다 썼지만 결국 아내까지 확진돼 각자 알아서 본인의 몸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진이 되자 보건소에서 근처 병원을 연결해줘 담당 의사가 전화로 증상을 물어보는 게 전부였다”며 “재택치료를 하라는 게 같이 사는 사람도 확진되라는 소리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B씨는 이웃의 소식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나보다 더 나이 많은 80세 이웃 어르신은 지난달 26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 혼자 약도 없이 며칠을 버티다가 간신히 일산 국군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들었다”며 “실버타운은 재택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환경인데 참 답답하다”고 했다.

이 실버타운의 경우 기저질환자나 중증 환자가 발생하면 관리사무소 측에서 나서 병상을 알아보고 있지만, 인근 병원의 병동이 부족해 확보는 쉽지 않다. A 실버타운 관리사무소 복지팀 관계자는 “중증의 경우 병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연계하고 있지만, 고령의 주민들이 많다 보니 먼 지역의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해 가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 실버타운 내 집단 확진이 발생하는 중이고 최대한 방역에 신경을 쓴다지만 주민들이 낙인 등을 이유로 제대로 신고를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재택치료 권장방침에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병상 확보 노력과 의료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면서 단체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택치료는 사실상 ‘자택대기’이기 때문에 치료가 아닌 방치”라며 “병상이 남지 않아 입원 대기자가 많은 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택치료 대신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2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8.1%,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9.2%를 기록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모든 환자를 재택치료 시키다 보면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재택치료 대상을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의 백신 접종 완료자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선 전담 병원을 마련해 중환자 병상과 인력 자원을 모집해야 한다”며 “전시에 준하는 비상 동원령을 내려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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