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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준석 갈등 봉합,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수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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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호 05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3일 극적으로 화해했다. 합류 불발설이 돌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수락하기로 했다. 윤 후보의 ‘이중고’라고 불렸던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이 모두 수습된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3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현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3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기현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이날 오후 7시30분쯤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두 시간 동안 회동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약주를 곁들여 식사한 듯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윤 후보는 “우리 김종인 박사님께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며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대위의 장으로서 당헌과 당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까지 당무 전반을 통합 조정하며 선대위를 총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윤 후보는 기분이 좋은 듯 “한 번 더 불러드릴까요”라며 웃어보였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 합류 후 김병준 공동선대위원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를 이끌 것이고, 김 위원장도 김 전 위원장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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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도 “단 한 번도 윤 후보와 서로 존중하지 않거나 이견이 있었던 적이 없었음을 밝힌다”고 화답했다. 잠행 기간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거듭 비판했던 이 대표는 “지금 와서 밝히지만 나와 후보 간에는 ‘절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해 서로를 평가하지 않는다’는 상호 합의가 있었다”며 “지금까지 후보와 저의 관계에 대해 뒷말을 한 소위 핵심관계자들이 부끄러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제주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사안들도 언급했지만 감정은 많이 누그러져 보였다. 이 대표는 전날 “‘이준석이 홍보비를 다 해먹으려고 한다’고 말한 인사가 있다. 후보가 인사 조치하라”고 요구했었다. 당무에 언제 복귀하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당무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전날 "윤 후보 선출 후 당무를 한 적이 없다”며 ‘대표 패싱’ 논란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브리핑을 마친 뒤 다시 식사 자리로 돌아가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회동 초반만 해도 두 사람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아이고 잘 쉬었어요?”라고 묻자 이 대표는 웃으며 "잘 쉬긴요, 고생했지”라고 답했다. 전날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행을 두고 "리프레시(refresh·재충전)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는 "저는 그런 배려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윤 후보가 "나도 전남 순천을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다음에는 같이 가자”고 하자 이 대표는 "순천 출장이 저에겐 아픈 기억”이라고 답했다. 지난 7월 30일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순천을 방문한 사이 입당해 ‘기습 입당’ 논란을 빚었는데 이를 콕 집어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 회동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급반전했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회동 막바지 "이준석을 위하여! 윤석열을 위하여!”라는 외침이 새나오기도 했다.

두 사람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윤 후보는 서울에, 이 대표는 제주에 머물며 두 사람은 직선거리로 약 450㎞ 떨어져 있었다. 회동 전 분위기도 싸늘했다. 이 대표는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이 만나자고 제안하며 ‘의제를 사전 조율해야만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당혹스럽다”며 "후보와 만나기 전 ‘윤핵관’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면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이 대표가 오후 1시쯤 울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을 무렵 "윤 후보가 이 대표와 만나기 위해 울산에 가고 이 대표도 회동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소문이 돌자 이 대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태도가 변하면서 두 사람의 간극이 급속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선대위 보이콧을 두고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이 대표를 만나보라고 했다”거나 "이 대표가 리프레시하길 바란다”고 말해 이 대표의 잠행을 일종의 ‘일탈’ 정도로 치부한다는 당 안팎의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언제 어디서든 이 대표를 만나고 싶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늘 감탄한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젊은 당대표와 함께하는 것은 행운”이라며 이 대표를 한껏 띄웠다. 당 관계자는 "사태를 더 키워서는 안 된다는 후보 본인의 판단이 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는 김기현 원내대표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 관계자는 "원래 이날 저녁 자리는 김 원내대표와 이 대표 간에 잡힌 약속이었다”며 "김 원내대표가 후보와 대표 사이를 중재해 회동을 성사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과 극적 결합에 성공한 만큼 오는 6일 선대위 발족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최근 내부 갈등 속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 침체 현상이 이어졌는데 선대위 발족 이후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4일 부산에서 함께 선거 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 대표가 잠행 후 첫 행선지로 택했던 곳이다. 서범수 당대표 비서실장은 "윤 후보는 부산에서, 이 대표는 울산에서 하루를 보낸 뒤 부산에서 선거 운동을 같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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