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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지역화폐 9조 증액, 대선 겨냥 선심성 ‘돈 풀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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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호 12면

나라살림 600조원 시대가 열렸다. 국회가 내년 예산을 정부안보다 3조3000억원 늘려 607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삭감하지 않고 오히려 순증한 것은 2년 연속이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과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때와 다른 건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불어난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주도로 의결된 내년 예산안에는 대선을 앞둔 여당의 ‘돈 풀기용’ 사업 예산이 곳곳에 반영했다. 소상공인 1인당 약 1700만원을 최저 연 1% 금리로 빌려주는 예산은 35조8000억원(213만 명 대상)을 마련했다. 정부안보다 1조2000억원 늘렸다. 관광·체육·문화 업계와 택시·버스 기사 등 손실보상 대상에서 빠진 업종을 지원할 예산도 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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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한 방역·의료 지원 예산 역시 보강했다. 먹는 치료제 40만4000명분 구매 비용과 의료기관이 중증 환자 병상 1만4000개를 확충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늘렸다. 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보건의료인력 2만 명에 하루 5만원 수준의 수당 6개월분을 추가로 지급하고, 보건소 한시 인력 2600명도 보충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대를 주장해 ‘이재명표 예산’이라는 별명이 붙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6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었다. 이 밖에 아동·농어민·물자(요소수 등)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대한 3~5세 누리보육료 단가를 월 26만원에서 28만원으로 2만원 인상해 돌봄 지원을 강화한다.

겉으로는 여야 ‘합의 불발’이었으나, 예산안 곳곳에는 거대 양당이 증액에 합의한 이른바 ‘짬짜미’ 항목이 포함됐다. 우선 국회의 사업 예산 다수가 증액됐다. ‘의원 외교활동’ 명목 예산이 정부안(79억4400만원) 대비 15억7300만원 늘어 95억1700만원으로 통과된 게 대표적이다. 정부안에 45억원 규모로 편성됐던 ‘의회 경호 및 방호’ 예산도 3억1500만원이 추가됐다. ‘PC 교체’ 예산도 8억원에서 5000만원이 추가됐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도로, 철도 등 SOC 사업에 쓰이는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 총액은 당초 정부안(16조9688억원)보다 3770억원 늘었다. 경찰서·파출소 등 지역 내 청사를 짓는 데 사용되는 국유재산관리기금 중 일부는 ‘실세’ 의원들 지역구에 배정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울산 남구 을)의 지역구엔 울산 남구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 76억원, 성암소각장 1·2호기 재건립 사업 30억원이 배정됐다.

예산안 조정소위에 참여하지 못한 소수 정당에서는 “내년 예산안도 거대 양당만의, 거대양당에 의한, 거대 양당만을 위한 심사를 진행하다 민주당 단독안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강은미 정의당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강 의원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오늘 본회의까지 심사상황을 보고 받지 못했으며, 예산심사와 결정 과정에 입법 기관으로서 어떠한 역할도 할 수 없었다”며 “우리가 의결하는 2022년도 예산안이 우리 사회에 가장 낮은 곳을 향했는지 다시 한 번 겸허히 돌아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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