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집·잡 줄 것인가…2030 이슈별로 실리 좇는 ‘스윙보터’

중앙선데이

입력 2021.12.04 00:20

업데이트 2021.12.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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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호 10면

[SPECIAL REPORT]
2030 표심, 대선판을 흔들다 

20대 대통령선거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2030 청년 표심’이 대선판을 막판까지 요동치게 할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선거 관계자들도 이들 표심의 향배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전문가들도 내년 3월 9일 대선에서 ‘세대 투표’가 현실화되면서 2030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정치권도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2030세대가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처럼 2030 청년 표심이 차기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자 여야 대선후보와 선대위도 청년 표심이 어떻게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게 됐는지,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내로남불에 대한 분노 투표로 표출

그렇다면 2030 청년 표심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부상하게 됐을까. 무엇보다 오늘날 청년들은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시위부터 조국 사태, 올해 4·7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등 일련의 다양한 계기를 통해 정치적 효능감을 스스로 체감하면서 ‘정치적 실체’로 떠올랐다고 볼 수 있다.

청년 세대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계기로 중앙 정치에 등장한 데 이어 올해 재보선을 통해 실질적 존재감을 과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당선된 배경에는 2030 청년들의 압도적 지지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도 오 후보는 20대 남성에게 72.5%의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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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들은 왜 오 후보 지지를 통해 정치적 부상의 동기를 찾은 것일까. 많은 전문가는 부동산값 폭등으로 인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잃어버린 분노와 조국 사태 등에서 드러난 ‘내로남불’에 대한 비판을 오 후보 지지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분석한다. 오 시장의 당선으로 정치적 효능감을 맛본 청년들은 이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도 적극 참여해 ‘이준석 돌풍’을 일으켰다. 더 나아가 그들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준표 의원을 중심으로 ‘무야홍(무조건 야권 대선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일으키며 경선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2030세대의 이 같은 투표 행태가 이전과는 어떻게 다를까. 정치적 효능감의 관점에서 볼 때 청년 세대는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이익을 실현해 줄 후보가 누구인지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청년 세대의 투표 행태는 이런 측면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상당 기간 유권자들의 기본적인 투표 성향은 영호남과 충청의 지지층이 지역 후보별로 결집하는 ‘지역 투표’ 행태와 함께 ‘영남은 보수, 호남은 진보’라는 이념 성향에 따라 투표하는 ‘이념 투표’ 행태를 보여 왔다.

하지만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선 20~30대 젊은 층과 60대 이상 노년층이 각각 다른 후보에게 결집하는 ‘세대 투표’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청년 세대는 진보, 기성세대는 보수’라는 등식처럼 이념과 연결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비해 최근 드러난 청년 세대의 투표 행태는 지역·이념에 대한 동질감이나 애착에 근거한 지역 투표 및 이념 투표와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2030세대는 기성세대와 달리 지역과 정당·이념을 넘어 실용주의에 근거해 투표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탈이념 성향과 중도 성향 또한 강해 그때그때의 이슈와 상황에 따라 자기 이익을 계산해 투표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요즘 청년층은 이념이나 지역에 기대 투표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 이익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젊은 층의 부동층 비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유보’라고 답하는 청년층 비율이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부동층은 정치에 관심이 없는(apolitical) 정치 무관심층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기성 정치엔 불신을 보내는 인지적 무관심층(apartisan)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그들은 촛불 정국 속에 치러진 지난 대선 때는 진보적 성향을 보였지만 조국 사태와 취업난, 부동산값 폭등을 거치면서 점차 현 정부와 여당에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됐다. 이후 올해 4·7 재보선 투표에 적극 참여하면서 ‘스윙보터’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586세대 3선 제한제’ 등 제시할 만

하지만 청년 세대와 기존 정치권의 인식 차이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여야 대선후보들도 청년층을 겨냥한 캠페인을 잇따라 펼치고 있지만 2030세대의 냉담한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청년 세대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 부족, 즉 듣지 않고 가르치려고만 드는 ‘꼰대적 자세’가 문제는 아닐까.

당장 ‘공정’을 보는 시각에서 차이가 크다. 기성세대 정치권은 경제성장률이 계속 상승하고 선진국 대열에도 진입한 만큼 복지 정책을 좀 더 촘촘히 하는 정책을 입안·실행하면 된다고 보고 이를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2030세대는 이 같은 정치권의 접근을 오히려 불공정한 것으로 보고 대신 ‘능력주의’를 공정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정치권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비정규직의 인권을 좀 더 보호하고 강화하는 게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2030세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자신들의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라고 받아들였다.

이른바 ‘586 기득권’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 청년 세대가 “오만한 586의 독선과 아집을 넘어 그들이 독점해온 우리 사회의 많은 권한을 미래 세대에 넘기겠다”고 주장한 이준석 대표에게 표를 몰아준 게 상징적이다. 그만큼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반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586이 중심인 현 정치권은 청년 세대의 이 같은 목소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이슈를 회피하는 모습마저 보이면서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정치권은 어디에서부터 풀어가야 할까. 최근 2030세대의 투표 행태가 탈지역·탈이념의 스윙보터 특징을 갖는다고 볼 때 차기 대선에서는 부동산·취업난·일자리와 젠더 문제 등 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슈의 향방에 따라 표심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만큼 정치권이 이에 대한 정책 대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시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 세대의 깊은 불신을 감안할 때 ‘586세대 3선 제한제’ 등의 개혁안을 제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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