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잘 쉬었나요?" 이준석 "쉬긴요, 고생했지" 뼈있는 대화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19:51

업데이트 2021.12.04 09:25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대선을 96일 앞두고 갈등 봉합의 갈림길에 섰다. 두 사람은 3일 저녁 울산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전격 회동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공식 일정을 전부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간 지 사흘만이다.

이날 이 대표가 오후 7시 20분쯤 식당에 먼저 와서 기다렸고, 윤 후보는 6분 뒤 도착해 이 대표와 악수했다. 두 사람 다 표정은 밝았지만, 말에는 뼈가 있었다. 윤 후보가 “아이고 잘 쉬었어요?”라고 묻자 이 대표는 웃으며 “잘 쉬긴요, 고생했지”라고 답했다. 전날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행을 두고 “리프레시(refresh·재충전)하길 바란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저는 그런 배려를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어 윤 후보가 “나도 전남 순천을 한 번 가보려고 했는데, 다음에는 같이 가자”고 말하자, 이 대표는 “순천 출장이 저에겐 아픈 기억”이라고 답했다. 지난 7월 30일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순천을 방문한 사이 입당해 ‘기습 입당’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콕 집어 거론한 것이다.

회동은 오후 7시 50분 현재 진행 중이다. 울산이 지역구인 김기현 원내대표도 동석했다가 두 사람의 독대를 위해 자리를 떴다. 당 관계자는 회동에 대해 “사전 조율 없이 허심탄회하게 오해를 풀고 대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양 측의 해묵은 갈등을 고려하면 조기에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댄 이상 어떤 식으로든 화해할 것이라는 관측도 당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일 오전 제주시 연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동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날 오전만 해도 윤 후보는 서울에, 이 대표는 제주에 머물며 두 사람은 직선거리로 약 450㎞ 떨어져 있었다. 회동 전 분위기도 싸늘했다. 이 대표는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측이 만나자고 제안하면서 ‘의제를 사전 조율해야만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당혹스럽다”며 “후보와 만나기 전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면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또 이 대표가 오후 1시쯤 울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을 무렵 “윤 후보가 이 대표와 만나기 위해 울산에 가고, 이 대표도 회동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소문이 정치권에서 돌자 이 대표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태도가 변하면서 두 사람의 간극이 좁혀지기 시작했다. 앞서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선대위 보이콧을 두고 “권성동 사무총장에게 이 대표를 만나보라고 했다”고 하거나 “이 대표가 리프레시 하길 바란다”고 말해 이 대표의 잠행을 일종의 ‘일탈’ 정도로 치부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언제 어디서든지 이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또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늘 감탄한다”,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젊은 당 대표와 함께하는 것은 행운”이라고 이 대표를 한껏 띄웠다. 당 관계자는 “일부 윤 후보 측근들이 ‘내막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 대표와 회동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사태를 더는 키워서는 안 된다는 후보 본인의 판단이 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3일 오후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뉴스1

마주 앉기는 성공했지만 두 사람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최근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반목하는 사이 위기 신호가 잇따라 감지됐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세였고, 조동연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사생활 논란으로 사퇴하는 등 여당발 악재가 터졌음에도 “야당이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는 자조가 야권에 확산했다.

이날 회동에선 윤 후보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윤 후보 측근에 대한 얘기가 먼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이 인사를 인사 조처하라”는 이 대표의 요구에 당내에서는 “후보와 머리를 맞댈 위치라면 선대위 윗선일 수 있다”는 추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날 “그런 얘기를 들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고, 윤 후보 측도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핵관’이라고 지칭한 윤 후보의 측근들을 둘러싼 논란도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그간 “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리는 윤핵관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 스타일상 특정 핵심 인사를 선대위에서 배제 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진 않을 것”이라며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대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하고, 이 대표를 익명으로 공격하는 ‘측근 전언’을 방지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다만 이날 윤 후보 핵심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후보가 울산으로 향하는 사이 주변에 “자리에 연연할 게 뭐 있느냐. 내가 그만둘 수 있다”는 심경을 전했다고 한다. 권 사무총장은 “지금 중요한 것은 자리가 아니다. 선대위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것을 걸 수 있다는 각오로 해야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라고도 강조했다고 한다. 측근 논란에 휩싸인 윤 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고 갈등 봉합에 앞서 선대위 내부의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회동에선 ‘이준석 패싱 논란’도 거론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전날 제주에서 “나는 우리 후보가 선출되고 사무총장이 교체된 뒤 당무를 한 적 없다”며 항간에 떠돌던 패싱 논란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를 향해서는 같은 날 JTBC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게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당 대표는 대선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 협력하는 관계”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 관계자는 “앞으로는 대선 관련 주요 현안을 이 대표와 협의하고 홍보 등 분야에서 대표의 영역을 확실히 보장하는 쪽으로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3일 오후 김기현 원대대표와 울산시당 3층 회의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3일 오후 김기현 원대대표와 울산시당 3층 회의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회동에 앞서 이 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울산시당 사무실에서 1시간 2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도읍 정책위의장, 서범수 당 대표 비서실장, 김철근 정무실장 등도 참석했다. 이 대표가 종이에 빨간 펜으로 무언가를 적은 뒤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공유하고 옷 춤에 넣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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