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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발 늦게 대책 내놨지만…"1500명 나올때보다 약하다"

중앙일보

입력

3일 오전 광주 남구 한 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검사가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3일 오전 광주 남구 한 고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수검사가 이뤄지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3일 새로운 방역 강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에 달하고 위중증 환자가 700명대를 넘어가는 엄중한 상황에 한참이나 부족한 조치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번 대응으로는 확산 세를 쉽게 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오는 6일부터 4주간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수도권은 최대 6인, 비수도권은 최대 8인까지로 제한하는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유흥시설 등에만 의무화된 방역패스도 식당ㆍ카페 등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로 확대되고 내년 2월부터는 적용 대상도 12~18세까지로 늘어난다.

“일일 1500명 확진될 때보다 대응책 약해”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일별 누적 백신 접종 인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정부가 뒤늦게 방역 강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확진자 수를 확 줄일만한 알맹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1500~2000명 확진자가 나올 때 적용했던 4단계보다도 약한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초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명대에서 1200명대로 확진자가 뛰자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시행하면서 고삐를 당긴 바 있다. 당시 사적모임은 18시 이전에는 4인까지, 18시 이후에는 2인까지만 허용됐으며 다중이용시설은 22시까지 운영이 제한되는 강력한 조치가 이어졌다. 엄 교수는 “지금은 4000~5000명대 확진자가 매일 나오는데 이런 대책으로는 빠른 시간 내에 확산 세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초기 접종자들의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만큼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찍으면서 중증환자 병상이 고갈 상태다. 의료 현장에선 이대로 중증환자가 늘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환자가 급증할 것이라 우려한다. 당장 확진자 수 자체를 줄여야 위중증 환자도 줄고, 병상 운영에도 숨통이 트인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좀 더 강화된 조치를 기대했는데 약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선 4만~5만명 정도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 시스템 과부하가 걸렸는데 우리는 그보다 10분의 1 정도인데 벌써 과부하가 왔다”며 “해외에서는 이럴 때 락다운에 준하는 조치에 들어갔지만 우리는 어정쩡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질적으로 사회적 이동을 제어할 수 있는 영업 제한이나 재택근무 강화 같은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접종자 예외 조치 없애고 영업 시간 제한 해야”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중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특히 미접종자에 대해 예외조치를 인정한 부분을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식당ㆍ카페를 이용할 때에는 방역 패스를 적용하되 미접종자 1명을 예외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교수는 “10명에서 6명으로 조이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며 “식당 테이블마다 미접종자가 1명씩 있으면 전체 식당 기준에선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예외를 없애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예외 인정을 최대한 줄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사적모임 인원을 훨씬 더 줄이고 방역 패스 예외 인정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1명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국민에게 다가가는 메시지 강도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정도 방역 대책이었으면 2주 동안 고민한 의미가 없다”라며 “메시지 전달이라도 간곡하게 해서 심각한 상황을 인지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중환자 병상 포화…“전시 준하는 대책 필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포화 상태인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일 17시 기준 수도권 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8.1%,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79.2%를 기록했다. 정기석 교수는 “모든 환자를 재택치료 시키다 보면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중환자로 가는 이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재택치료 대상을 기저질환이 없는 60세 미만의 백신 접종 완료자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교수는 “당장 방역 강화 대책을 적용한다고 해도 효과를 보기까지는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지금 상황에서 버티기 위해선 일단 되는 대로 전담 병원을 마련해 중환자 병상과 인력 자원을 모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시에 준하는 비상 동원령을 내려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확산을 막으려면 소상공인ㆍ자영업자에게 손실 보상금을 확대한 뒤 강력한 거리두기에 들어가야 한다고 봤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자영업자 보상을 제대로 안 해주려다 보니 제대로 고삐를 조일 수가 없다”라며 “보상은 확실하게 해주고 거리두기 강화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두고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방역 대책과 관련한 사회적 수용성은 결국 손실보상과 연관된다”라며 “적극적인 손실보상이 없다면 국민들의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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