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트롱맨의 극과극 운전법…좌우횡단 李 vs 마이웨이 尹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16:56

“제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국민 의사에 반하진 않겠다”(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제 공약을 보고 영양가 없다 싶으면 찍지 마라”(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0선’ 출신의 스트롱맨이라는 공통 출발점이 있는 두 후보의 최근 행보는 이 같은 말로 요약된다.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 후보와 신념을 강조하는 윤 후보의 대비가 선명하다. 여론조사업계에선 “여론 반응성을 0부터 1까지로 봤을 때 이 후보는 1에 수렴, 윤 후보는 0에 수렴해가는 모습”(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재명은 여론에 맞춰 합니다’…급제동ㆍ급출발에 좌우 넘나드는 드라이브

특히 ‘이재명은 합니다’를 내세웠던 이 후보의 변신이 드라마틱하다. 최고 장점으로 꼽아온 추진력과 돌파력을 내려놓고 거의 모든 사안에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급선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3일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을 방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국토보유세 도입 추진을 사실상 철회한 그는 2일엔 핵심 브랜드인 기본소득까지 철회 대열에 올려놨다. 이날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 정책도 국민이 끝까지 반대해 제 임기 안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정책에 대해 여전히 확신하고 있고 미래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강행하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선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원전 3ㆍ4호기와 관련, “국민 의견에 맞춰 (공사 재개를) 재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2017년 공사가 멈췄는데, 이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공사 중지 결정에 대한) 반론들도 매우 많은 상태”라며 “국민 의견이 우선 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는 여론조사 수치가 깊숙이 연관돼있음을 후보 측에서도 부인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의 경우, 문화일보ㆍ모노리서치가 지난 10월 20일~22일 찬반 여론을 물은 결과 반대가 65.1%였다. 원전의 경우, 조선일보ㆍTV조선ㆍ칸타코리아가 지난달 29~30일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평가를 물은 결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64.7%였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국토보유세도 여러 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과반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긍정 여론이 과반인 사안은 이 후보가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 후보가 지난달 11일 ‘소확행’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가 대표적이다. 민주연구원ㆍ케이스탯리서치가 10월 30일~11월 1일 조사를 한 결과 ‘1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53.9%였다.

경제 분야 역시 진보 진영의 입장과는 결이 다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21대 대선 D-100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이 후보는 “지금 이 순간부터 저의 목표는 오직 경제 대통령”이라며 규제 합리화를 약속했다. 그 전날엔 “이승만 정부가 나쁜 짓만 한 게 아니다. 최대의 성과는 농지개혁”이란 말까지 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윤석열…민심보단 소신 행보

이 후보와 달리 윤 후보는 여론과 무관하게 신념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다.
‘뚝심 검사’와 ‘소신’은 그의 대표적 자산이라지만, 때로는 민심과 결이 다른 언행으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들과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선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원들과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선대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후보는 2일 노동자 3명이 끼임 사고로 숨진 경기 안양 공사장 사고 현장을 찾아 “운전자가 시동을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며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통상 정치인들은 사고 현장에서 시스템 비판에 주력하곤 하는데, 윤 후보는 ‘노동자의 실수’를 언급했다.

앞서 윤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 “부정식품을 선택할 자유”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했다. 설화(舌禍)로 여겨지곤 하지만, 윤 후보는 실제 미국 시장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애독했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신인 측면이 있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시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스타트업 정책 토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지난 1일에도 “주 52시간 제도는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며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이튿날 “현장 목소리를 잘 반영하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말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주 52시간 제도가 영세 중소기업 운영에 굉장히 장애가 많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2018년부터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긍정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최근엔 주 4일제 공약(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윤 후보의 또 다른 공약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면 재검토 역시 전체 여론 지형과는 차이가 있다. 애초에 종부세는 상위 2%에 해당하는 고가 부동산을 대상으로 설계된 터라 ‘부자세’라는 인식도 있다. MBCㆍ코리아리서치가 지난달 27~28일 종부세 여론을 물은 결과 ‘폐지’ 의견은 13.6%에 불과했다.

절박한 이재명, 느긋한 윤석열…“이 상태면 李 승리”

이렇듯 여론 감수성에서 양 후보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절박감과 윤 후보의 자신감을 꼽았다. 이준호 대표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 비율이 더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는 이를 뒤집으려는 절박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조국 전 법무장관을 비판하며 ‘조국의 강’까지 건넌 것에서도 보이듯 이 후보는 앞으로도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이 후보는 어떻게 해야 지지율이 올라가는지 잘 알고 대신 윤 후보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는 달리 정권교체론의 전폭적인 엄호를 받고 있는 윤 후보 쪽이 '소신'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지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선 후보 지지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기사에 인용된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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