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 예산 더 늘렸다…“수퍼예산 넘어 수퍼울트라 예산”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15:57

업데이트 2021.12.03 21:17

국회가 내년 예산을 정부안보다 3조3000억원 늘려 607조7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 1000조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 50%를 돌파하는 ‘초(超)수퍼 예산’이다.

국회가 정부의 예산안을 삭감하지 않고 오히려 순증한 것은 이번이 2년 연속이다. 세계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과 2010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때와 다른 건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있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은 고스란히 다음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2022년 재정운용(총수입과 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2년 재정운용(총수입과 지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3일 국회는 내년 예산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49조7000억원(8.9%) 늘어난 607조7000억원으로 의결했다. 당초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604조4000억원을 써냈지만, 국회는 심사 과정에서 여기에 3조3000억원(증액 8조9000억원, 감액 5조6000억원)을 불렸다.

본예산이 6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1064조4000억원으로, GDP 대비 50%에 이른다.

2022년 재정운용(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2년 재정운용(국가채무와 통합재정수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손실보상 하한 50만원, 213만명에 연 1% 대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당은 ‘돈 풀기용’ 사업 예산을 곳곳에서 반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대를 주장해 ‘이재명표 예산’이라는 별명이 붙은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6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도 분기당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확대했다. 소상공인 1인당 약 1700만원을 최저 연 1% 금리로 빌려주는 예산은 35조8000억원(213만 명 대상)을 마련했다. 정부안보다 1조2000억원 늘렸다. 관광·체육·문화 업계와 택시·버스 기사 등 손실보상 대상에서 빠진 업종을 지원할 예산에도 5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늘렸다. 늘어난 국세 수입에 따라 지방교부세(금)도 2조4000억원 증액했다.

문재인 정부서 예산 51.7% 증가…역대 최대

문재인 정부는 예산 편성 첫해인 2018년 예산을 전년 대비 7.1% 확대했다. 2019년에는 9.5%, 2020년 9.1%, 2021년 8.9% 등 매년 8~9% 수준으로 예산을 늘리고 있다.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00조5000억원이었던 본예산은 확장 재정 기조에 따라 5년 동안 51.7% 증가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른 증가 속도다.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 5년간 예산 증가율은 32.5%였다.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새로 들어설 정부가 내년 편성할 2023년 예산이 새 공약을 담은 첫 예산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재정 부담은 더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2021~2025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이 5.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 정부가 이어온 확장재정 기조를 다음 정부에서는 정상화할 것을 주문하는 모양이다.

여당 주도로 통과된 이번 예산안에 대해 야당에선 “빚내서 쓰고 보자는 것이냐”는 지적이 일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원래 제출된 정부 예산안이 수퍼 예산인데도 국회에서 삭감은커녕 오히려 늘려서 수퍼 울트라 예산으로 만들었다”며 “대한민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했던 기획재정부도 국정 운영상 불가피한 증액 요구 외에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 증액 요구는 버텨야 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물가·요소수 예산도 보강 

3일 국회 본회의에서 607조700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뉴스1

3일 국회 본회의에서 607조7000억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뉴스1

국회는 이번 예산에서 최근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의료 지원 예산을 보강했다. 먹는 치료제 40만4000명분 구매 비용과 의료기관이 중증 환자 병상 1만4000개를 확충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늘렸다.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도 37곳에서 86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일선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보건의료인력 2만명에 하루 5만원 수준의 수당 6개월분을 추가로 지급하고, 보건소 한시 인력 2600명도 보충한다.

국회는 이 밖에도 아동·농어민·물자(요소수 등)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대한 3~5세 누리보육료 단가를 월 26만원에서 28만원으로 2만원 인상해 돌봄 지원을 강화한다. 0~2세 민간 어린이집 기관보육료 단가 인상률도 3%에서 8%로 5%포인트 높여 국공립보다 낮은 민간 보육교사 처우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농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서 코로나19 상황에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농축수산물 20% 할인 소비쿠폰 예산도 590억원 추가 반영했다. 농업·수산업 종사자에 지급하던 공익직불금을 임업에서도 시행하도록 관련 예산을 늘렸다. 요소·희토류 등 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급망 지원·비축 예산도 확대했다.

새로 생기는 사업은

3일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아랫줄)이 2022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3일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아랫줄)이 2022년도 예산안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내년 입양 가정에 입양축하금 20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을 신설한다. 앞서 정부가 내년 1월 1일 이후 태어나는 아기에게 지급하기로 한 ‘첫만남 바우처’와 같은 금액이다.

또 5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년일자리 도약장려금’ 사업도 시작한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1인당 월 80만원씩 12개월, 총 960만원의 인건비를 총 14만명에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부총리로서 10번째 예산안 국회 통과”라며 “예산을 한시라도 빨리 집행해 민생 안정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예산이 코로나 한파로 어려운 경제에 따뜻한 온기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코로나의 종식과 완전한 경기회복, 새로운 도약과 재정의 선순환 구조에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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