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날아간 디즈니 "아프리카 작품도 진행중, K팝 애니 나온다면…"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13:03

디즈니 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 가족 문화를 마법에 관한 상상에 버무려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 가족 문화를 마법에 관한 상상에 버무려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콜롬비아 가족 문화에 디즈니 특유의 마법을 더한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가 추수감사절 연휴 북미 흥행 1위를 휩쓸었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북미 개봉해 지난 1일까지 4421만 달러(약 520억원, 박스오피스모조 집계) 극장 매출을 올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애니메이션 최고 개봉 성적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같은 날 개봉한 한국에서도 외화 흥행 1위를 지키며 9일간 관객 33만명을 넘어섰다.

60번째 디즈니 장편애니, 왜 콜롬비아?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1937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로 시작된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60번째 작품. 콜롬비아 산골 마을 ‘엔칸토’에서 마법의 힘을 타고난 마드리갈 가족 중 유일하게 마법 능력이 없는 평범한 소녀 미라벨이 위기에 처한 가족과 마을을 구해내는 모험담에 흥겨운 남미 리듬과 춤을 더했다.
디즈니가 최근 자회사 픽사와 더불어 보다 폭넓은 문화‧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해온 방향성이 뚜렷이 드러난다. 전 세계 6억 달러 극장 매출을 거둔 ‘모아나’(2016)의 폴리네시아, 8억 달러 수입을 올린 ‘코코’(2017)의 멕시코 등에 이어, 미국 원주민과 유럽, 아프리카 문화 뿌리가 혼재된 콜롬비아를 택했다. 디즈니 흥행작 ‘주토피아’를 공동 연출한 자레드 부시 감독과 이번에 다시 뭉친 바이론 하워드 감독은 “콜롬비아는 나라 자체가 남미 문화, 민족, 음식과 춤의 전통이 교차하는 놀라운 교차로고 가족 구성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고 LA타임스에 밝히기도 했다.

하워드‧부시 감독과 더불어 음악을 맡은 뮤지컬 작곡가 린마누엘 미란다(‘인 더 하이츠’ ‘해밀턴’)가 직접 카르타헤나, 보고타, 바리차라, 팔렌케 등 현지 마을을 돌아보고 콜롬비아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현지 음악, 의상, 식물학, 음식, 건축 등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같은 성씨를 쓰지만, 피부색과 머리카락 질감이 다른 다인종 가족 구성부터 각각 커피와 향토 음식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마을을 장식하는 주인공 가족들의 마법 능력 등은 모두 콜롬비아의 실제 문화를 토대로 상상을 보탠 것이다.

남미 문학 마술적 사실주의 흔적도 

미라벨의 가족이 마법의 힘으로 온 마을을 지키게 된 배경엔 외할머니가 겪은 참혹한 과거가 있다. 극 중 뚜렷한 시대나 지역이 드러나진 않지만, 콜롬비아 민중이 거쳐온 역사적 학살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를 환상성으로 극복해낸 방식은 남미 문학의 ‘마술적 사실주의’ 영향도 엿보인다. 그 대표 문호인 노벨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 자주 묘사됐던 노란 나비는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도 희망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마법 능력을 가진 가족 중 유일하게 마법을 못 쓰는 미라벨(사진)은 온마을이 위기에 처하자 가장 용감하게 앞장선다.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손녀를 외면해온 집안의 가장 외할머니 등 온가족의 성장 여정이 뭉클하게 펼쳐진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법 능력을 가진 가족 중 유일하게 마법을 못 쓰는 미라벨(사진)은 온마을이 위기에 처하자 가장 용감하게 앞장선다. 마을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손녀를 외면해온 집안의 가장 외할머니 등 온가족의 성장 여정이 뭉클하게 펼쳐진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미라벨과 외할머니가 세대차를 뛰어넘어 가족이 재결합하는 과정이 다소 예측 가능하지만 현지 문화를 잘 흡수한 세부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 전문가 신선도는 90%로 “조금 진부하고 허술하지만 유쾌하고 기묘한 행진”(미국 국영 라디오 NPR) “캐릭터의 중독성이 강하다”(타임아웃) 등 호평이 많다.

"디즈니, 美회사라 못 느낄 만큼 다문화적" 

디즈니 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는 미국 원주민부터 유럽, 아프리카 문화에 두루 뿌리를 둔 콜롬비아의 다인종, 다문화 풍경이 마술적인 상상력과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준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새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에는 미국 원주민부터 유럽, 아프리카 문화에 두루 뿌리를 둔 콜롬비아의 다인종, 다문화 풍경이 마술적인 상상력과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준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콜롬비아 민속 악기와 살사, 바차타, 힙합 등이 어우러진 음악이 특히 돋보인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디즈니 한국인 애니메이터 윤나라씨는 또 다른 한국인 애니메이터 최영재씨와 함께한 24일 한국 취재진 화상 인터뷰에서 “콜롬비아가 굉장히 다문화적이어서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면서 “스페인 살사와 콜롬비아 살사가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미국 회사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문화적”이라는 그는 “한국, 일본, 프랑스, 불가리아, 러시아 등 전세계 인재가 모여있고, 항상 다문화적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면서 “아프리카 작품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팝 음악이 어우러진 한국 무대 이야기도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을 터. 실제 가능성에 관해 묻자 최영재 애니메이터가 활짝 웃었다. “가능성이 있다, 없다 말할 위치는 아닌데 나오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최영재) “그러면 정말 좋겠죠. 나온다면 저희 모두 재밌게 작업할 것 같습니다.”(윤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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