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충돌하게 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사건을 일으킨 촉매제는 홍보본부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전례 없는 겸직을 하게 됐다. 대표인 만큼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을 맡는데도 직급상 두 단계 아래인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동시에 맡은 것이다. 당내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공중전에 능한 이 대표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홍보 책임을 맡았던 만큼 ‘30대 대표’의 새 문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방행 사흘째인 지난 2일 취재진 앞에 선 이준석 대표는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 관련해 “여러 가지 모욕적인 발언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뜻밖의 발언을 했다. 그는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를 (윤 후보는) 알고 있을 것”이라며 “모른다면 계속 가고, 안다면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을 종합해 보면 윤 후보와 가까운 누군가가 ‘이 대표가 홍보본부장 자리를 자원한 건 돈을 노린 목적’이란 취지로 자신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그런 시선이 일부 있기는 하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홍보본부장을 맡은 게 홍보비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과 이모티콘(^_^p)을 남긴 뒤 잠적했을 때도 이 대표 주변에선 “홍보본부장 관련해서 뭔가 일이 있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실제 대선에서 홍보본부장은 막강한 자리로 통한다. 선거 전체를 아우르는 슬로건부터 유세 컨셉트까지 후보라는 상품이 외부에 비춰지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다. 과거 선거 때 활약한 정치권 인사는 “홍보본부장은 독재자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을 해낼 수 없다”는 말까지 한다.
특히 현실 정치에선 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자리다. 정치권에선 “선거비용의 80%가 홍보비”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2017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약 420억원의 선거 비용을 썼다. 그 중에서 유세 차량을 포함한 선거운동 비용 약 200억원, 각종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 비용 약 150억원, 홍보 문자와 음성전화 비용 약 30억원이 쓰였다. 작게 보면 180억원(42.9%), 크게 보면 380억원(90.5%)이 홍보비로 쓰인 셈이다.
선거 캠프 운영에 대해 잘 아는 야권 인사는 “홍보본부장 자리는 큰 돈을 만지는 자리기 때문에 선거 때면 각종 파이프를 대서 이권을 챙기려 달려드는 사람이 많다”며 “본인이 직접 돈을 해먹는 거야 당연히 문제가 크기 때문에 그러기 쉽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을 쓸 수는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그 자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이 대표가 홍보본부장을 맡는 데 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