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육향 가득한 양고기엔 두툼한 바디감의 레드와인으로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09:00

와인이 있는 밥상 ③ 레드 와인과 양고기
와인을 마시는 일은, 계절을 탄다. 예를 들면 후덥지근한 날에는 한껏 차갑게 칠링(Chilling)한, 짜릿한 산도의 샴페인이 당긴다. 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날에는 기분마저 상쾌하게 해주는, 화사한 꽃향기의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계절에 따라 손이 가는 와인이 다르다. 요즘처럼 겨울의 도입부엔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사진 pixabay.

계절에 따라 손이 가는 와인이 다르다. 요즘처럼 겨울의 도입부엔 레드와인이 잘 어울린다. 사진 pixabay.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고 밤이 길어지는 본격적인 겨울의 도입부에는 그윽한 레드 와인이 제격이다. 잔에 담긴 와인의 색을 실컷 감상하다가 원을 그리며 잔을 돌릴 때 피어오르는 다채로운 향과 맛을 음미하는 시간은, 춥고 쓸쓸한 겨울밤을 보내는 가장 근사한 방법이다.

고기와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다. 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지인 카베르네 소비뇽은 오늘날 세계 어느 지역의 와이너리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품종이 됐다. 무엇보다 소금과 후추로 간 해 구운 고기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스페인 리오하의 토착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든 와인은 담배, 향신료, 가죽, 흙내음 같은 아로마가 물씬 풍기는, 좀 더 원시적이고 묵직한 와인이다. 진한 타닌에 검붉은 베리류 과일의 강렬한 농축미가 있어 양고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이 아닐까 싶다.

레드 와인은 양고기와 잘 어울린다. 사진 와이너리 피오 체사레 홈페이지

레드 와인은 양고기와 잘 어울린다. 사진 와이너리 피오 체사레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레드 와인은 ‘네비올로(Nebbiolo)’ 품종으로 만드는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와인이다. 이탈리아 북서부의 피에몬테가 원산지다. 겹겹이 농축된 향이 단단한 산도, 드라이한 타닌과 삼위일체를 이루는 와인이다.

사실, 어떤 와인이든 좋다. 레드 와인과 고기가 만났을 때 나오는 하모니가 어떤 충족감과도 비할 수가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좋지만, 나는 이국적이고 그윽한 육향과 탱탱한 속살의 양고기를 선호한다. 요즘은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양고기를 살 수 있다. 홈파티, 캠핑 등으로 육류 소비가 증가하고 미식 경험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지며 양고기를 찾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배달 앱은 물론 양고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고깃집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양고기를 부위별로 손질해 판매한다. 양고기 상품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대부분 호주·뉴질랜드 등 청정지역에서 자란 1년 미만의 어린 양(lamb)이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 향을 유발하는 지방이 적어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기 때문이다.

양고기도 소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여러 부위로 나뉜다. 지방이 적고 근육질인 목살도 좋지만, 살코기와 뼈가 붙어있는 등심 부위의 갈빗살도 좋다. 맛도 좋지만, 손님에게 대접하기에 그럴싸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렌치 랙’이라는 상품명으로 주로 판매되며, 가격은 보통 300g에 2만원 초반대다.

양고기는 이국적인 향과 탱탱한 식감이 특징이다. 최근 양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 마켓컬리.

양고기는 이국적인 향과 탱탱한 식감이 특징이다. 최근 양고기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 마켓컬리.

양갈비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고기를 집에서 구울 때 가장 중요한 건 온도다. 우선, 냉동제품은 냉장실로 옮겨 하루 정도 해동하고 굽기 30분~1시간 전에는 상온에 내놓아야 한다. 고기를 구울 때는 표면이 단번에 익으면서 단백질이 응고되기 때문에, 표면과 중심부의 온도 차가 커지게 마련이다. 안쪽까지 열이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때 고기가 찬 상태라면 속까지 열기가 전해지기도 전에 표면이 타 버린다. 또, 오래 구울수록 육즙이 빠져 맛이 없다. 즉, 적정한 시간의 실온 보관이 중요하다.

소고기를 먹을 때는 핏기가 남아있는 레어(rare)를 선택해도 괜찮지만, 양고기는 미디엄 레어(medium rare) 이상으로 굽는 게 낫다. 에어프라이어를 사고 난 후로는 180℃에서 고기의 앞뒤를 각각 10~15분씩 구운 후 프라이팬에서 강불로 1~2분 지져주는 방법을 선호한다. 이때 감자나 가지, 양파를 함께 구우면 양 기름이 스며들어 풍미 진한 채소 요리를 가니쉬로 곁들일 수 있다.

나는 따로 가니쉬를 만들지 않고 치미추리(chimichurri) 소스 하나로 끝내는 편이다. 치미추리는 각종 허브와 칠리를 주재료로 만든 소스이자 양념이다. 이국적인 향을 내는 고수와 이탈리안 파슬리가 치미추리 소스의 메인 재료인데, 여기에 매운맛을 담당할 청양고추와 마늘, 상큼한 라임이 들어간 버전이 양고기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양고기뿐 아니라 소고기, 돼지고기와도 무척 잘 어울린다. 고기의 느끼함을 확 잡아줘서 샐러드나 가니쉬가 따로 필요 없다. 치미추리 소스는 일주일 정도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만들어 하루 이틀 넣어두면 맛이 더 숙성된다. 때문에, 양고기를 먹을 디데이가 정해지면 미리 방울토마토 피클과 함께 만들어 놓는 편이다.

Today's Recipe 안동선 작가의 양고기 스테이크와 치미추리

① 양고기 스테이크  

재료 준비
재료(2인 기준); 냉동 양갈비 300g, 올리브유, 소금, 후추, 허브, 시즈닝(취향껏).

만드는 법
1. 냉동실에 있는 양갈비를 조리 하루 전 냉장고로 옮겨 해동한다.
2. 충분히 해동한 고기의 물기와 핏물을 키친타월로 눌러 제거한 후 취향에 맞게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를 골고루 발라주고 냉장실에서 1시간 정도 재워둔다.
3. 굽기 30분 전에 상온으로 옮긴다.
4. 예열한 팬에 버터를 녹이고 마리네이드한 고기를 올린다. 강불로 한 면씩 고기를 노릇하고 바삭하게 익힌다. 총 3~5분을 넘지 않도록 한다.
5. 강한 화력에서 표면을 바삭하게 익힌 후, 중불로 줄이고 3분 정도 더 익힌다.

② 치미추리 소스 

준비재료
재료(2인 기준): 고수 한 줌, 이탈리안 파슬리 한 줌, 양파(혹은 샬롯) 1개, 마늘 2큰술, 청양고추 1/2개, 라임 1개(또는 시판 라임 주스 4큰술), 식초 1큰술, 오레가노 약간(생략 가능), 설탕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후추 취향껏, 올리브오일 반 컵

만드는 법
1. 믹서기에 올리브오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고 갈아준다. 갈면서 중간중간 맛을 보며 원하는 재료를 더한다.
2. 올리브오일을 더해. 원하는 점성의 소스를 만든다.

안동선 작가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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