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소녀가 현존 최고 비걸로 우뚝 섰다. 필리핀계 미국인 로건 에드라(18ㆍ활동명 로지스틱스)가 지난달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린 ‘레드불 비씨 원’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면서다. 미국 여성으로서도 첫 우승이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와 비걸을 가리는 이 대회는 팀 간 대결이 아닌 일대일 배틀 형식으로 치러진다. 여기에서 우승자는 세계 최고 실력으로 인정받는다.
“유일한 세계 최고 없어…선호의 문제”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던 에드라는 사실 아빠의 권유에도 브레이커가 될 생각이 없었다. 배틀 형태의 브레이크댄스는 그의 성격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아빠가 포기하지 않고 8살 딸을 브레이킹 수업에 데려간 후부터 역사가 시작됐다. 에드라는 아빠가 방과 후 미술학교를 데려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는 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러 갈 때 무섭지만, 자꾸타고 싶은 것처럼 (춤을 출 때도) 똑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에드라는 어릴 때 브레이크를 즐겨 추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힙합 음악 속에 살다시피 했다. 샌드에이고 스튜디오에서 댄스를 본격 시작한 그의 롤모델은 첫 크루이자 개인 멘토인 비걸 발 팔부터 전설적인 켄 스위프트, 뉴욕 브레이커인 크레이지 레그까지다양하다. 그중에 ‘최고’를 꼽으라는 건 “여러분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자랐는지, 무엇을 배웠는지에 따른 단순한 선호의 문제”라고 했다. “세상엔 세계 최고 댄서가 너무나 많다”면서다. CNN은 에드라에 대해 “운동선수(athlete)도, 예술가(art)도 아닌 둘을 융합한 ‘아트리트’(artlete)”라고 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사실 그는 무릎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리정이 이끄는 YGX 크루의 일원으로 스트리트우먼파이터(스우파)에도 출연한 김예리(옐)와 16강에서 맞붙기도 했던 에드라는 “그렇게 큰 대회를 치르면서도 사실 엄청나게 긴장한 건 아니었다”며 “나는 이미 이길 줄 알았다. 내 인생 어떤 배틀보다 가장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했다. 결선 배틀을 마친 후 심사위원들은 그를 최종 우승자로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에드라를 향해 관람객 수천 명의 환호가 쏟아졌다.
“나이에 맞춰 스스로 제한했다면 우승 못했을 것”
최연소 우승자로서 브레이크 댄스계에 새 역사를 썼지만, 그에게 나이는 사실 양날의 검과 같다. 다른 또래와 후배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더 작은 목표에 만족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다. 에드라는 “내 나이에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수준으로 나를 제한했다면 내가 우승까지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라의 존재는 여전히 브레이크댄스가 여전히 남성 우위라는 점에서 더욱 남다르다. 에드라가 어린 시절 동경했던 비걸 베타 라우쿠즈 역시 이번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약했지만, 힙합계에선 여전히 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에드라는 그러나 “브레이크댄스는 매우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춤이지만, 여성의 감수성을 활용해 더 창의적으로 춤출 수 있다”며 ”춤추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배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가 꿈꾸는 다음 무대는 올림픽이다. 브레이크댄싱은 지난해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에드라는 브레이크댄스의 역동성과 예술성은 올림픽 종목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지만, 그가 사랑하는 예술이 세계 최대 스포츠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올림픽을 향한 그의 목표는? “제 계획은 이기는 거죠.”